"기업·경영인에게 산재가 '사고'가 아니라 '범죄' 인식 유도해야"
"시민재해 포함…반복·유사 사고시 입증책임 완화·전환 등 고려해야"

▲ 국회 생명안전포럼(대표의원 우원식)은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생명안전을 위한 기업책임강화 제도 도입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빈발하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개정·강화된 가운데 재해의 범위를 사회적 재해까지 확장하고 사고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기업과 경영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생명안전포럼(대표의원 우원식)은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생명안전을 위한 기업책임강화 제도 도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산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사법 처리 통계를 보면 기소된 사건의 대부분이 약식명령으로 처리됐고 정식 기소된 경우에도 상당 부분 재산형이 부과되며 자유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도 그 평균 액수는 500만원이 채 안 돼 산안법 위반 사건 피고인들, 특히 기업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범죄 예방효과가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산안법에는 경영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따로 없고 일반 시민재해가 빠져 있으므로 중대재해기업범죄처벌법처럼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다"며 "기업처벌법의 제정은 산업재해와 시민재해와 같은 일이 단순히 '사고'가 아니라 기업과 경영인의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검찰·법원 등 법률가 등에게 갖게 함으로써 산업 안전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민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기업처벌법은 최종적으로 이익이 귀속되는 사업주, 법인, 기관(발주처)에게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무가 귀속되도록 정함으로써 위험의 외주화를 통한 책임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다"며 "사업장에서 유사·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하거나 기업이 사고원인 조사를 방해하거나 현장 훼손, 증거은폐를 한 경우 입증책임을 완화하거나 전환함으로써 기업에 산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또한 산재사고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형량과 양형기준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매년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이 22조 이상으로 파악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기업으로 하여금 협력업체에 지속적인 보건안전 투자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산재 예방에 92억만 쓰고 있다"며 정부의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촉구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업재해는 기업의 안전투자, 안전인력, 안전시스템, 고용구조 및 노동시간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처벌은 말단 관리자, 노동자 중심으로 돼 있다"며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낮아 기업의 법 준수 유인이 미미하고 법을 준수하는 기업이 백안시되거나 기업간 경쟁력에서 손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은 "개정 산안법의 효과성이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기업처벌법이 사망사고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인지 부정적"이라며 "영국의 경우 기업처벌법으로 대부분 중소기업이 처벌받았고 수억원 넘는 벌금으로 절반 이상 폐업했다. 중소기업이 폐업하게 되면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이 실직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우원식 의원은 "개정 산안법은 도급의 정의를 확대해 다단계 하청까지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을 옥죄기 위한 '반기업법'이 아니라 산재와 사회적 참사로부터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킴으로써 기업의 책임을 높여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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