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가 임기 시작 47일 만에 16일 개원식을 한다. 지난 87년 개헌 이후 사상 최장 지각 개원이다. 16일 개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 연설, 박병석 국회의장의 개원사 그리고 국회의원 전원의 선서 순으로 진행된다. 본격적인 21대 국회가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임기 시작부터 헌정 사상 최장의 지각 국회라는 오점을 안고 출범했다. 주목되는 점은 국회의원 전원의 선서이다. 개원식 관례에 따라 전원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를 한다.

개원 전 이 같은 선서를 하지 않아서 47일 동안 등원을 거부했는지 묻고 싶다. 선서문은 국회의원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4년의 임기 동안 해야 할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국민의 자유, 복리 증진, 조국의 평화적 통일분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창궐한 지난 6개월 동안 가장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었다. 20대와 21대 국회가 교차하는 시기였다. 정부가 코로나 19가 국민경제와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상 최대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국회에 요청했을 때 국회는 못 들은 척했고, 이에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는 우여곡절의 지난 47일이었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은 수백 가지나 된다고 한다. 선서문처럼 국민과 국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국민이 준 특권이고 특별 혜택이다. 지난 47일간의 21대 국회는 자신만을 위해 특권을 즐길 줄만 알았지 국민과 국가는 없었다.

사상 초유의 국가적 재난 상황에 이를 극복하느냐 여부에 따라 국민의 삶의 고단함과 국격 비상이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믿고 싶다.

개원식에 문 대통령이 개원 연설시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한국판 뉴딜정책을 밝힌 대로 국회의 협조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바로 코로나 19로 꼬인 경제와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국민의 고단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추경과 국가 재건을 위한 한국판 뉴딜정책을 함께 맞대고 풀어보자는 연설이 예상된다. 여기에 국회는 어떻게 하면 함께 극복해야 할 지로 답해야 한다.

국회 앞에 놓인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 법정 출범 시한을 넘긴 공수처의 신속한 설치, 후퇴한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 잇따른 공공단체장들의 성 추문으로 인한 사퇴와 죽음 등 우리 사회에 아직도 정제되지 못한 구석구석의 현안들을 법과 제도로 입법화하는 일들이 그렇다.

개원 전 여야는 상생과 협치, 일하는 국회를 다짐한 만큼, 또 개원 선서문을 선언한 이상 이 같은 다짐과 선서에 흐트러짐 없이 의정 활동에 나서 달라. 슈퍼 여당에서 수적으로 밀리더라도 회의록에 정부와 여당의 정책과 대책의 잘잘못을 따지고, 대안 정책을 내놓는 그런 야당이라면 다음 22대 국회에서는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보이콧과 몽니로 여당 독주를 수수방관한 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야당의 모습으로는 만년 야당의 길이라는 점을 이번 21대 국회가 증명해 보였다. 국회 회의록에는 여야를 떠나 어떤 의정 활동을 했는지 세세하게 기록된다는 점에서, 또 입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라도 지각이나 빠지면 안 되는 국회이다.

자전거와 새는 두 바퀴와 두 날개로 난다. 여당만의 국회는 일당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야당이 여당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하면서도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코로나 19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여부를 놓고 야당은 여당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전 국민에게 다 지급하자는 대책을 내놓았고 정부가 이를 전폭 수용한 바 있다.

이렇듯 야당은 선제적 대책으로 여당에 맞서야 한다. 수적 열세를 만회하는 길은 정부와 여당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민생과 국익을 꼼꼼히 살펴보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47일 만의 늦장 개원이지만 선서대로만 나서준다면 그게 바로 국민과 국익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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