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원유를 수입하면서 불문율로 여겨온 미국 달러화로 대금을 결제하지 않고 자국 화폐인 위안화로 결제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중동이나 영국 등 석유 거상들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려면 반드시 달러화로 결제하는데 이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우리 돈 원화로 달러화를 매입해서 이를 결제하는 이중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중국은 이번에 자국 화폐인 위안화로 중간 단계 없이 결제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국제 결제의 표준거래라 할 수 있는 원유를 수입하는데 위안화로 지급했다는 것은 다양한 해석을 낳게 한다.

중국 위안화는 지난 2015년 11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SDR(특별인출권) 바스켓에 편입되어 달러와 유로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으면서도 국제 결제통화로서는 종이나 다름 없었다.

그랬던 위안화가 이번 결제에 따라 한마디로 국제 결제 수단의 기준인 미국 달러화가 중심인 시대에 중국이 그 대열에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국제 결제수단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에 이어 중국 위안화도 통용된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중국 상해 에너지거래소에서 세계 7위의 석유상인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300만 배럴의 원유를 중국에 수출하면서 위안화로 거래했다.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이 된 중국이 상하이에 지난 2018년 석유 선물시장을 개설한 뒤 처음으로 위안화결제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또 세계적인 에너지 원자재 무역회사 머큐리와도 오는 8~9월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원유 소비 위축에 따른 산유국의 잇따른 감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참작할 때 중국이 내민 위안화결제를 통한 수입 손길은 이들 산유국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시 말해서 달러화만이 원유 결제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곧 위안화도 국제 결제의 대체 화폐로 통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중 간 무역전쟁 와중에서 또 다른 금융전쟁의 확전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세계최대 원유 소비국으로 부상한 시점을 기회로 자국 화폐의 국제화를 도모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거래비 중이 큰 원유 거래에 영국의 ​BP가 달러화 아닌 위안화로 원유 거래에 나서자 국제원유시장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세계 원유 거래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 싱가포르상품거래소(SMX), 런던 ICE 선물거래소 등에서 달러화만으로 거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타 통화로 거래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달러가 아닌 통화로 거래한 국가는 미국의 금융 제재를 받는 베네수엘라·이란 그리고 리비아 등에 그쳤다. 그만큼 미국은 국제간 원유 거래에 달러화가 아닌 통화로 거래하는 국가에 대해 징벌적 금융 제재를 가할 만큼 기축통화인 달러화 수호에 눈을 부릅뜨고 있다. 그 틀이 바뀌었다는 신호탄이다. 그것도 영국의 BP에 이어 또 다른 에너지 회사까지 나섰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 세계 주요 석유상들은 넘쳐나는 원유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세계 원유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원유가의 폭락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으므로 어떤 형태로는 소비처를 찾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큰 손 중국이 원유를 수입하려는데 달러화든 위안화는 따질 때가 아닌 국면이다. 중국이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상술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값싼 원유도 챙기고, 자국 화폐를 국제 통화화하는 그야말로 꿩먹고알먹고인 셈이다.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위안화로 원유 대금을 결제하는 시대이다. 눈여겨볼 점은 미국이 이를 어떻게 볼 것인지 이다. 미국은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원유 대금 결제를 달러화로 하지 않고 기타 통화로 했다고 금융 제재라는 회초리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석유 거상들이 BP에 이어 중국과 원유 거래 시 이를 전례 삼아 위안화 결제에 나설 때 향후 미국의 반응이다. 중국이 다른 석유 거상들에게도 BP 사례를 들어 위안화 거래를 요구할 경우 미국이 마냥 보고 있을 것인지 이다. 중국 역시 이를 통해 위안화를 달러화에 이어 기축통화로 키우려는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상황이 언제 종료된다는 기약 없는 상항에서 산유국과 석유 거상들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것인지 살기 위해 중국과 위안화 거래를 감행할 것인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19는 뜻밖에 위안화 국제화까지 낳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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