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정치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이슈를 또 다른 이슈로 계속 덮으며 총선 이후 석달을 넘겨 온 현 정부도 부동산 문제는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 현 정부의 전신인 참여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고 대한민국 세대·계층갈등의 뇌관이기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현 정부 집권 38개월에 내놓은 부동산 대책만 22개에 이르니 한 두 달 사이로 부동산 대책 하나씩 나온 꼴이다. 특히 7·10대책은 6·17대책이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제시돼 그만큼 국민여론의 비등함을 보여줬고 현 정부의 속 타는 마음을 드러냈다.

현 정부는 처음에 전통적 기조인 종합부동산세·양도세·취득세 등 세금인상과 대출규제에 의한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지속적인 수요억제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공급 확대론이 서서히 힘을 얻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21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면서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확대론의 불씨는 곧바로 서울 도심의 무분별한 외곽 확장을 막아온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불태울 기세로 무섭게 치솟아 올랐다. 정부 당국자의 발언은 그린벨트해제론에 기름을 쏟아 부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지난 14일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당정이 (해제 검토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고 말해 해제론에 힘을 실었다.

한쪽으로 쏠린 진자는 어느 순간 임계점이 지나면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린벨트 해제론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인 지난 1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업무 밖의 일'이라는 미래통합당의 힐난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도 안 된다"고 역설했고 19일에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그린벨트 해제 지역 공급 아파트는 '로또'가 될 것"이라며 그린벨트해제론에 우려를 표했다.

여론도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했다.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그린벨트 해제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녹지 축소와 투기 조장의 위험이 커 불필요하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60.4%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결국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례회동을 통해 정세균 총리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그린벨트를 보존하기로 결론내리며 논란은 매듭지어졌다.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되는 경제현상의 원리상 이제껏 수요억제에만 집중했던 현 정부가 주택공급에 전향적인 자세를 갖는 것은 좋지만 이번 그린벨트 해제 해프닝처럼 과유불급이 돼선 안 된다. 단기적인 응급처방이 아니라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정책방향을 설명해 장기적인 신뢰를 쌓으며 공급을 늘릴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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