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역대급' 증가…부동산·주식 가격 들썩들썩
이주열 총재, "코로나19 대응 완화기조…'생산적 투자처' 마련돼야"
통화량 증가 속도도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다. 5월에만 M2는 4월보다 35조4000억원(1.2%) 늘었는데 이는 1986년 월별 증가액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다. 통계 이전 전체 통화량 수준이 지금과 비교해 매우 낮은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 5월 통화량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불어난 셈이다.
이처럼 풍부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은 부동산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 사례가 부동산 관련 자금인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다.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모든 금융기관) 잔액은 1521조6969억원으로 한국 경제 역사상 가장 많았다. 같은 시점의 주택담보대출 잔액(858조1196억원) 역시 최대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앞서 두 해 역시 부동산 투자 열기가 올해 못지않게 뜨거웠던 점, 지금까지 증가 추세 등으로 미뤄 올해 가계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시 주변에도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한은 '증시주변자금 동향' 통계를 보면 우선 6월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6조1819억원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1999년 이전 우리나라 증시, 통화량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역대 최대 기록이다. 같은 시점의 신용융자 잔고도 12조6604억원으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만큼 주식 투자를 위한 빚이 늘어났다는 뜻으로, 지난 10일에는 마침내 신용융자 잔고가 13조원도 넘어섰다.
이처럼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빠르게 흘러들어 '자산 가격 거품' 논란까지 일고 있지만 한은은 현재 이 문제를 고려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금은 코로나19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거시 건전성 정책, 수급 대책 등 다양한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엇보다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쏠리지 않고 보다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생산적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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