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 시절, 야당 저격수로 9명 후보자 낙마 주도
통합당, 대북송금·학력위조·고액후원 등 칼날 검증 예고

▲ 국회 정보위원회 전해철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이날 정보위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 출석요구의 건 등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7일 실시된다.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도입 전인 1999년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뒤 이번에 처음으로 옛 동료 의원들의 검증을 받게 된다.

미래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과거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시절 야당 저격수로 여러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킨 만큼 대북송금 등을 중심으로 철저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증인이 1명도 출석하지 않아 '깜깜이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후보자가 그동안 칼날검증으로 청문회에서 낙마시킨 고위 공직자 후보는 9명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7월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대표적이다. 당시 박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 자격으로 나서 천 후보자 부인의 면세점 쇼핑 내역을 확보해 '스폰서 의혹'을 제기했고 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하루 만에 자진 사퇴했다.

박 후보자는 2010년 5월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된 뒤 청문회 준비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낙마 성공 연타 기록을 세웠다.

2010년 8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골프 회동 제보를 입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을 거세게 몰아세웠고 결국 거짓말 논란 끝에 김 후보자도 스스로 물러났다.

이듬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역시 재산 증식 및 부동산 의혹에 더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을 저지른 총리실 공직지원관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내정 12일 만에 사퇴를 선언해야 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친일 사관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도 박 후보자의 거센 사퇴 압박 속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 장관 후보자,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도 박 후보자의 손을 거친 파상공세 끝에 청문회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공수가 바뀐 이번 청문회에서 통합당은 박 후보자의 친북 성향과 학력 위조 의혹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천안함 사건 등 북한의 도발을 두고 북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고 대북송금 사건으로 실형을 사는 등 여러 사례를 통해 북한과 내밀한 관계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국정원장에 부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가 과거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복역한 사실을 들어 '적과 친분관계가 있는 분'·'내통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아가 통합당은 광주교대를 졸업한 뒤 단국대에 편입한 박 후보자의 학력에도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단국대 재학 시절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점과 2년제 광주교대 졸업을 4년제 조선대 졸업으로 바꿨다는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통합당은 또 서면질의 답변 제출 기한(25일 오전 10시)을 모두 지키지 않은 데다 유일한 증인마저 불출석하는 것을 두고 여권이 청문회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하태경 의원은 26일 박지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10명의 증인을 신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했고 그나마 합의한 증인 1명도 출석 거부했다"며 "증인 1명도 없는 깜깜이 청문회"라고 비판했다.

당초 통합당은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대북송금), 김수복 단국대·최도성 광주교대 총장(학력 위조) 등을 증인으로 요구했다가 민주당과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유일하게 증인으로 채택된 모 업체 대표 A(78)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박 후보자에게 5000만원을 빌려주고 5년 동안 돌려받지 않은 고액후원자다.

통합당은 이날 오후 박 후보자 청문자문단 및 정보위원 합동회의를 열고 인사청문회 준비 상황을 막판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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