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증권사들, 2분기 실적 “이 대신 잇몸으로”

▲ 업계의 사모펀드 이슈에서 벗어나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금융지주 내 효자로 떠오른 하나금융투자 본사(제공=하나금융투자)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지난 24일 NH금융지주를 끝으로 주요 금융지주의 2분기 잠정 실적이 발표되면서 자연스레 소속 증권사들의 분기 실적도 공개됐다. 이번 실적 결과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대신 잇몸으로” 라고 할 만하다. 다만 사모펀드 관련 이슈가 하반기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이 24일 공시를 통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잠정) 2305억원을 발표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 1815억원을 27%나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114.2%, 전분기 대비로는 무려 641.2%나 증가한 수치다.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27일 보고서에서 NH투자증권의 호실적 원인에 대해 “국내 주식시장 상승으로 인한 수탁수수료수익이 크게 증가했고, 금융시장 안정화로 IB관련 수익 증가와 운용손익 및 이자수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시장 전체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21.9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44.1% 증가하면서 주식약정이 큰 폭으로 증가한데 힘 입어 수탁수수료가 전분기 대비 44.1%, 전년 동기 대비 121.9%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온라인 주식거래 채널인 나무(NAMUH)를 통한 자금 유입, 브로커리지 점유율(M/S) 상승과 타사 대비 견고한 IB부문 수익성을 높이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의 2분기 IB부문 수익은 109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3.1%나 늘었다. SK바이오팜 주관 등 주식자본시장(ECM) 부문 뿐 아니라, 상반기 GS건설, OCI 등 주요 기업 채권발행 대표주관을 통해서 채권자본시장(DCM)부문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수익 변동성 확대 이슈를 잠재웠다. 호실적을 반영하 듯 27일 주식시장에서 NH투자증권은 장중 4.87%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앞선 지난 23일엔 하나금융투자의 2분기 실적도 공개됐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23일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어닝서프라이즈 again!’ 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지주 2분기 순이익이 687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4% 성장하며 업계 컨센서스를 18.4% 상회했다고 밝혔다.

호실적의 이유로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170% 가까이 증가한 것을 들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연결기준으로 2분기에만 1258억원, 상반기 누적으로 172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2.9% 늘어난 수익을 과시했다. 분기 및 반기 기준으로 이 회사 역대 최대 실적이다.

역대 최고 호 실적의 원인으로는 역시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도 한 몫 했지만, 타사 대비 사모펀드 이슈에서 자유로워 실적을 ‘까먹는’ 일이 없어 리스크 관리가 빛낸 실적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IB부문에서 은행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인프라 및 발전사업, 국내 우량 개발사업 등의 대체투자(AI) 빅딜 성과가 반영된 것도 실적에 일조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나은행과의 복합점포 확대를 지속하며 그룹 내 비이자수익 창출의 첨병으로 탈바꿈하는 분위기다.

KB증권 역시 1분기 실적 쇼크를 털어내고 당기순이익 1514억원을 기록하며 KB금융지주가 리딩뱅크로서 제자리를 찾는데 기여했다.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KB금융의 2분기 순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에 그친 반면, 비이자이익은 5850억에서 7110억으로 21.6% 급증해 금융지주 내 비이자 수익의 중요성과 증권 자회사들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한 고위 임원은 “2분기 실적은 훼손된 1분기 실적을 제자리로 돌리는 시간이었다”며 “본격적인 승부는 하반기에서 날 것이고, 대두된 이슈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한해 성적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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