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부문건, "이사회 전·후로 악재·호재 공개, 주가 부양"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위 차원 조사 없었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9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공개한 삼성 경영권승계 주가조작의혹 관련 문건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산정된 합병비율을 합리화하기 위해 주가 악재요인은 이사회 전에 공개했다가 이사회 이후 호재 요인을 노출시켜 주가 상승을 도모했다는 주장이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문건을 제시했다.

해당 문건에는 "합병비율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사회 결의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설득가능하나 주가가 하락하면 별다른 대책 무(無)"라며 "지금부터 주총(8월 14일) 및 주식매수청구기간(9월 3일)까지 주가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 이유로 해당 문건은 "국민연금, 한투(한국투자증권) 등은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낮을 경우 내부의 의결권 행사 원칙에 따라 주가 찬성은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주총 전 반대의사 표시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한 후 주총에는 기권하고 주가 수준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모직/물산 1분기 실적이 부진해 주가하락 예상(4월말 발표 예정)"하며 "주가 악재요인은 1분기 실적에 반영 또는 합병 이사회 및 공시(6월 22일) 전에 시장에 오픈해 주가에 선반영 필요"라고 기록돼 있다. 이어 "주가 호재 요인은(예: 에피스(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가능성, 건설 수주 발표 등) 합병 이사회 후 7~8월에 집중해 주가 부양"이라고 기재돼 있다.

해당 문건은 "악재는 합병 이사회 전에 선반영해 주가를 낮춘 후 이사회 이후 양사 주가가 상승 추세를 형성하는 것이 의결권 확보 및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최소화에 유리"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배 의원은 "해당 문건이 삼성측에서 작성된 것으로 본다"면서 구체적인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이날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해당 문건을 공개하면 금융위 차원의 조치에 대해서도 문의했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 문서를)처음 봤고 증권선물위원회가 회계처리는 하지만 주가 조작 관련은 하지 않기 때문에 답변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배 의원은 "삼성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있었다"며 "서울고법 판결문에서 이건희 회장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 실적부진이 누군가 의해 의도될 수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나와 있다. 금융위가 조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관련 조사를 촉구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위 차원에서 조사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돌아가서 우리가 해야될 일인지 봐야 한다"고 답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도 "주가조작은 검찰에서 인지해서 조사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행정조사는 중복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며 "추후 봐야할 지 여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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