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부동산팀 장진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가까스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사업비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 임금 반납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작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사업 재조정' 얘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들과 지자체 협의를 거쳐 조만간 조정안을 마련할 것"이란 원칙만 밝혔을 뿐이다. 알맹이가 빠진 셈이다.

LH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7조원. 전국 414개 사업장의 사업을 모두 추진하면 연간 45조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총부채가 2014년이면 254조원, 2018년에는 325조원에 달하게 된다.

막대한 부채를 줄이기 위해 당장 시급한 것은 사업 구조조정이다. 감원과 임금 반납이 최대 당면과제가 아니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당시 옛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타당성 검토 없이 앞다퉈 벌인 사업을 꼼꼼히 되짚어보고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업은 즉시 철회하거나 규모를 대폭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지송 사장도 사업 구조조정만이 LH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길이란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취임 일성으로 "LH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1년 안에 사업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달라진 건 무엇인가. 사업 재조정 얘기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민원, 지자체 압력, 주민 반발이 잇따르면서 구조조정은 '용두사미'가 되버렸다.

국책사업을 수행하다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보전하는 내용의 'LH공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금조달에 숨통은 트였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부채를 줄이려면 사업 구조조정은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다.

판단은 신중하되 결론은 속전속결로 내야 한다. 이 사장은 정치권과 주민들의 원성을 피하려 사업 재조정을 자꾸 미뤄선 안된다. 더 이상의 주민들의 불안과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사업 대상지의 부동산 폭락이나 보상급 미지급에 따른 주민 반발 등 사업 재조정이 가져올 후폭풍은 크다. 그러나 모든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단을 미루는 것은 오히려 화를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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