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규범 ( 한국건설산업연구원ㆍ부연구위원 )

■ 건설현장의 특성에 대한 고려 필요

건설현장에 사회보험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정책대상인 건설현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야 헛발질하지 않고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건설현장의 여러 특성 중 사회보험 적용과 직결되는 근로자의 ‘잦은 이동’과 ‘수주 생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고용보험은 전자카드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건설현장으로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다른 사회보험의 징수 방식과 사회보험료 확보의 어려움이 고용보험의 정착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이것은 건설일용근로자들을 또 다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으며 결국 건설인력 생산기반을 와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 ‘잦은 이동’과 보험료 ‘고지 납부’

우리의 공식제도가 거의 그렇듯이 사회보험 역시 사업장 이동이 적고 소득이 안정된 정규근로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생산직근로자들은 대개 비정규근로자들로서 이동이 잦고 소득의 변동도 심하다. 이러한 제도와 현실간의 괴리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보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고지 납부’ 방식에 의해 보험료를 징수하고 있다. 즉, 각 공단에서 근로자가 있는 직장에 납입고지서를 발송하고 그에 따라 사용자가 보험료를 납부한다. 이러한 고지납부 방식의 전제는 보험공단이 고지 이전에 근로자의 근무처와 소득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이러한 전제가 충족되기 어렵다. 공단에서 목표로 한 건설일용근로자에게 고지서를 발송하더라도 이미 그가 그 현장을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가 현장에 있더라도 자격취득 당시 200만원 소득자였던 근로자의 소득이 기후적 요인으로 100만원으로 낮아졌을 가능성도 높다.

결국 각 공단이 매월 비정규근로자인 건설일용근로자의 근무처와 소득을 정확하기 파악한 후 보험료 납부고지서를 발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이 사회보험이 건설현장에서 겉돌게 되는 중대한 요인 중 하나이다.

■ ‘수주 생산’과 보험료 ‘확보 곤란’

더더욱 시급한 사안이 건설사업주의 사회보험료 확보이다.
사회보험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사회보험에 가입할 경우 저가 수주로 얄팍해진 이윤마저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것 때문에 사회보험의 가입을 기피하거나 기존의 피보험자마저 상실 처리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시도가 각 사회보험 공단의 단속에 적발될 경우 사업주는 범법자가 되고 건설일용근로자는 사회보험의 보호에서 누락된다.

즉, 사회보험료의 미확보 문제가 사회보험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역효과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재경부의 회계예규에는 4대 사회보험료 모두를 공사원가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설사업주는 왜 사회보험료를 확보하지 못하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첫째, 실제로 소요될 사회보험료 금액을 사전적으로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찰단계에서 그 금액을 미리 결정해야 하고 둘째, 낙찰률에 따라 지나치게 낮아지더라도 이를 막을 수 없는 수주 생산의 경직적인 계약 방식에 기인한다.

특히,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처럼 ‘1개월 미만 고용된 일용근로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 사전적으로 그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비율을 알기란 불가능하다. 건설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의 보험료율이 각각 4.5%와 2.1%인데 비해 실제로 2004년에 조달청이 공사원가에 계상한 보험료율은 각각 0.99%와 0.52%이다.

즉, 조달청은 각 법령의 보험료율 대비 약 22~25% 수준만을 계상했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알 수는 없으나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실태조사 결과는 이들의 비율이 약 84%에 달함을 보여준다.

또한 과당 경쟁에 의한 낙찰률은 사회보험료를 다시 한번 과도하게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사업주의 성실신고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 제도의 ‘근본 취지’를 되새겨야

건설현장에 사회보험을 실시하려는 근본 취지 그리고 사회보험료를 공사원가에 반영하려는 근본 취지는 모두 사회적인 약자인 근로자 특히 건설일용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보험 운용 방식과 계약 제도는 이러한 근본 취지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첫째, 모든 사회보험의 운용 방식에 건설현장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현장 상황을 바꿀 수 없거든 제도를 현실에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잦은 이동을 담아 낼 수 있는 전자카드에 의한 피보험자 관리 방식의 도입과 4대 사회보험의 적용 및 징수의 일원화가 바로 그것이다.

둘째, 사회보험료에 대한 사후 정산 방식을 허용함으로써 건설사업주가 사회보험료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즉, 공사수행 과정에서 납부한 사회보험료에 대해 각 사회보험 공단의 영수증을 첨부하여 건설사업주가 발주자에게 제시하고 실비로 정산하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 투입된 사회보험료만큼을 돌려주는 것이므로 근거 없이 공사원가를 부풀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다만, 사회보험료를 공사원가에 반영하려고 한 근본 취지를 살리는 방법일 따름이다.
확정총가계약이라는 계약원리의 경직적인 고수가 본의 아니게 건설일용근로자들을 또 다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로 내몰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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