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정치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거리는 거의 비었습니다. 사람들의 통행은 한산합니다. 가게는 문을 열었지만 손님은 좀처럼 오시지 않습니다. 이 고통은 얼마간 더 커질 것입니다. 실업자는 늘고 여러분의 삶은 더 고달파질 것입니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낙연 대표는 이렇게 수락연설을 하며 울먹거렸다. 참으로 사연 많은 전대였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극우단체가 주동이 된 8·15 광화문 집회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국면에 들어선 데다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전임의들이 집단 진료거부 파업에 나서면서 의료 붕괴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이 대표 개인적으로도 가슴 쓸어내린 시간이었다. 라디오방송에 출연했다가 먼저 다녀간 출연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이 났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니 제대로 된 선거운동이 될리가 없었다. 당내외에서는 애초에 6개월짜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런 당내외의 불편한 시선에 대해 이 대표는 "개인적 유불리를 떠나 국가적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중요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최종적으로 출마를 강행했고 당 대표 당선이라는 일차 고지에 올라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에 더해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현 정부에서 줄곧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유지하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위기 국면에서 이슈 선점에 능한 이재명 경기 지사에게 일순 추월을 허용했기에 당 대표 당선의 감회가 남달랐으리라.

또한 이 대표의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통의 정치인들 같으면 은퇴할 연배인 70대 중반에 4수 끝에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대통령에 올랐건만 나라는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빠져서 취임연설에서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울먹거린 일도 머릿속에서 스쳐갔을 것이다.

이날 이 대표는 "민주당을 유능하고 기민하면서도 국민 앞에 겸손한 정당으로 개선해 가겠다"며 "코로나와의 전쟁에서의 승리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며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고 통합의 정치을 실현하는 한편 혁신을 가속화하라는 국민의 5대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넣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한마디로 대답하겠다. 그것은 승리"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말을 인용하며 코로나19 극복과 정권 재창출의 의지를 다졌다. 처칠은 덩케르크 철수 이후 실의에 빠진 영국 국민들에게 "피와 땀과 눈물을 드리겠다"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놓는다는 자세로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 2차대전의 위기를 극복했다. 이 대표의 울먹임이 개인적 감회에 머물지 않고 국민적 울림[共鳴]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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