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 현실과는 사뭇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입맛대로 통계를 선택하면서 숫자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22번이나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으나 아파트값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실과 괴리된 발언은 정책신뢰도를 고려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해서 주택을 매수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8·4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상승세가 상당 부분 축소됐는데 서둘러 아파트를 매수한 30대들을 지적한 것이다. 무리한 대출을 받기보다는 분양을 기다리다는 취지이지만, 정책 실패를 청년들의 선택에 떠넘긴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30대는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청약홈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청약에서 당첨된 사람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0.6점이었다. 올 상반기(1~6월) 평균 최저 가점인 55.9점보다 4.7점이나 뛰었다.

30대의 경우 청약가점이 40∼50대보다 낮을 수밖에 없어 현저히 불리하다. 매수하지 말고 분양을 기다리라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읽힌다. 시장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향후 아파트 분양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시장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번 달 서울 일반분양 물량은 153가구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물량(1995가구)과 비교하면 92%나 감소한 것이다. 물량이 축소되면 청약 당첨 기회가 줄어드는 만큼, 고점자들이 서둘러 청약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오로지 매수가 답인 상황이다.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의 부동산 관련 발언을 보면 자화자찬을 하는 모습이다. 30대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많이 진정됐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현재 시장이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다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울 집값 상승률은 11%”라고 말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들이 핑크빛 전망을 내놓는 근거는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 조사 통계다. 다만 이 통계는 표본이 적어 시장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해 국토부는 감정원이 주간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활용하는 아파트 표본을 9400가구에서 1만3720가구로 50% 가까이 늘려 통계의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한다.

국민들은 정부의 통계를 적극 신뢰할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현재 경제와 미래까지 예측하는 기초 자료다. 부실 통계를 근거로 향후 대책을 내놓는다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그간 아파트값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잠시 주춤한 것을 두고 안정세라고 하는 것은 섣부른 진단일 것이다. 정책 공감대를 얻기 위해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발언이 이어져야 한다.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해석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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