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국가와 국민에게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로하고 보탬이 되게 하려고 긴급 재난지원금이라는 묘약이 나왔다. 산 입에 거미줄을 칠 수 없게 하려는 그야말로 긴급 재난지원금이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묘안을 내놨고 이어 정부가 1차 긴급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했다. 효과는 분야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소비절벽에 사다리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는 방역수칙인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수준에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모든 모임을 금지하는 3단계 수준 상황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대하는 학교도 프렌차이즈형 카페도 PC방도 모두 문을 닫았다. n 차 감염이 지속하는 한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 19로 사경을 넘나들고 있다. 그 때문에 나온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이다. 선별이냐 1차 때처럼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부자든 가난한 이든 모두 국민이다. 선별을 따질 때가 아니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원인이 공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처럼 모든 국민이 납세 의무를 지고 있는 만큼 나눌 때도 함께 나눠야 옳다고 본다. 모든 국민이 코로나 19로 상처를 받고 있는 마당에 선별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선별 문제를 놓고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좌고우면하는 모습은 보기 사납다. 부자에게도 나라를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낸 만큼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해야 할 이유이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둔 만큼 추석 이전에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 허튼 데 수십조 원을 투입하는 정책보단 국난이라는 이 시국에 국민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를 위한 2차 재난지원금은 그래서 신속성을 요구하고 있다.

자영업과 소상공인들이 곡소리를 하고 있고 부자들은 부자들대로 마음대로 쓸 수 없어 무력 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보듬고 위로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모든 국민이 낸 세금이다. 그 세금을 조금 환급받는 성격이지만 그 위로금으로 다시 뛸 힘을 얻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토만 하다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책은 필요 없다. 때를 알아야 한다. 때를 모르면 철부지라는 소리를 듣는다. 정부 정책은 시의적절한 때를 살펴서 내야 한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후회는 하지 말아야 한다.

내년 예산이 올해 513조 원 규모에서 사상 최대규모인 555조 원 규모이다. 아마도 코로나 19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올해처럼 추가경정예산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 사태를 예방하려면 지금과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는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이 즉시 지급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19도 감내하기 힘겨운데 길고 긴 물 폭탄 장마와 태풍이 잇따르고 있다. 추석 전에 또다시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모든 국민이 자연재난과 코로나 19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 때문에 한숨 돌리기 어려운 국면에서 나온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1차 때보다 더 어려운 국면에 이제와서 선별지급 논란은 때를 모르는 소리라고 본다. 우리 선조 중 부자로 존경받았던 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중 전남 구례 류이주 선생과 경주 최부자 집이 있었다. 타인능해(他人能解 다른이의 문제를 해결한다 다른 말로 아무나 열고 가져가라) 와 사방 100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부자 철학을 가진 가문이었다. 흉년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려고 쌀을 담은 뒤주에 써 붙인 타인능해라는 문구이다. 필요한 만큼 가져가도록 문밖에 뒤주를 두고 써 붙인 팻말이다. 경주 최부자 집 역시 흉년에 논을 사지 않았을 그뿐만 아니라 사방 백 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배려했다. 국가를 대신해 이들 부자 명문가가 있었다. 지금이야 시절이 다르지만, 지금은 국가가 그런 부자 역할에 나서야 한다. 국가의 존재 목적이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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