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문제를 놓고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좌고우면하는 모습은 보기 사납다. 부자에게도 나라를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낸 만큼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해야 할 이유이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둔 만큼 추석 이전에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 허튼 데 수십조 원을 투입하는 정책보단 국난이라는 이 시국에 국민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를 위한 2차 재난지원금은 그래서 신속성을 요구하고 있다.
자영업과 소상공인들이 곡소리를 하고 있고 부자들은 부자들대로 마음대로 쓸 수 없어 무력 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보듬고 위로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모든 국민이 낸 세금이다. 그 세금을 조금 환급받는 성격이지만 그 위로금으로 다시 뛸 힘을 얻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토만 하다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책은 필요 없다. 때를 알아야 한다. 때를 모르면 철부지라는 소리를 듣는다. 정부 정책은 시의적절한 때를 살펴서 내야 한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후회는 하지 말아야 한다.
내년 예산이 올해 513조 원 규모에서 사상 최대규모인 555조 원 규모이다. 아마도 코로나 19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올해처럼 추가경정예산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 사태를 예방하려면 지금과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는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이 즉시 지급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19도 감내하기 힘겨운데 길고 긴 물 폭탄 장마와 태풍이 잇따르고 있다. 추석 전에 또다시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모든 국민이 자연재난과 코로나 19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 때문에 한숨 돌리기 어려운 국면에서 나온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1차 때보다 더 어려운 국면에 이제와서 선별지급 논란은 때를 모르는 소리라고 본다. 우리 선조 중 부자로 존경받았던 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중 전남 구례 류이주 선생과 경주 최부자 집이 있었다. 타인능해(他人能解 다른이의 문제를 해결한다 다른 말로 아무나 열고 가져가라) 와 사방 100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부자 철학을 가진 가문이었다. 흉년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려고 쌀을 담은 뒤주에 써 붙인 타인능해라는 문구이다. 필요한 만큼 가져가도록 문밖에 뒤주를 두고 써 붙인 팻말이다. 경주 최부자 집 역시 흉년에 논을 사지 않았을 그뿐만 아니라 사방 백 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배려했다. 국가를 대신해 이들 부자 명문가가 있었다. 지금이야 시절이 다르지만, 지금은 국가가 그런 부자 역할에 나서야 한다. 국가의 존재 목적이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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