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이번 집단휴진 카드로 정부가 내놓은 의료정책을 일시 중단시켰지만, 갈등을 봉합시킨 데는 코로나 19가 위협하고 있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 현장으로 의사들이 돌아오라는 정부의 양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의료 투쟁에서 보인 의사들과 의과대학 학생들이 요구하고 주장하는 사항들이 정부와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전달된 만큼 미래 의료정책과 대책을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와 벌인 합의문이 휴진을 고민해야 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신뢰할 수 없었다면 애초 협회장으로 뽑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제와서 대표성을 가진 회장이 합의한 합의문 조문을 부정하는 것은 이익집단 내 자체의 모순을 드러내는 처사이다.
대한민국 내 이익집단은 대한의사협회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사회는 둘만 모이면 조직을 만든다는 소리가 있을 만큼 그야말로 천차만별의 이익집단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공동체 구성원에 때로는 큰 위안이 되고 때로는 근심을 안기기도 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의 이익단체라는 점에서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몇 안 되는 이익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의료대책을 둘러싸고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합의한 것도 가장 치명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으로 본다. 우리는 수많은 크고 작은 파업 현장을 봐 왔고 그때마다 분야별 현장이 마비되는 상황을 지켜봤지만, 이번처럼 정부가 인내와 양보를 한 예는 없었다. 그 이유는 지금 코로나 19라는 감염병이 국가를 마비시키는 상황 때문이다. 코로나 19는 전 국민에게 가택연금을 요구하고 있다. 가택연금은 지난 70년과 80년대 독재 타도를 외쳤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반정부 인사들에게 군사정부가 내린 집안에서 못 나오게 하는 조치였다. 이번에는 이와는 전혀 다른 전염병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집 밖에 나오는 것을 자제하려는 방역 조치 때문이다. 방역 조치 2.5단계가 수도권에서 발효 중이고 애초 일정보다 1주일 더 연장된 상황이다.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확진자가 폭증한 가운데 같은 달 대한의사협회마저 집단휴진을 단계별로 확대함에 따라 발생한 의료공백 역시 극히 우려된다. 때문에 의료 현장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복귀 후 의사들의 중지를 모아도 늦지 않다. 대한의사협회 내 여러 협회와 협회의 방향성을 찾기 바란다.
이제 공은 대한의사협회로 넘어간 이상 마땅히 대한의사협회 내에서 모든 사안을 찾아 나서는 게 도리라고 본다. 더 휴진을 이어갈 명분은 없다고 본다. 내부갈등을 내세워 휴진을 고집한다면 그나마 일부 맞다고 동의했던 여론도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박수 칠때 돌아오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우리는 의사들이 병원 현장에 있을 때 선생님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불렀지 병원 밖을 나왔을 때는 아저씨 아줌마라는 호칭이 뒤따른다는 것도 잊지 않기 바란다.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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