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정부가 발표한 의료정책에 집단 반발해 지난달 21일부터 벌인 단계별 집단휴진이 의사들의 내부 이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장 6일 24시로 마감이 다가온 의사 국가고시 재신청도 이들 의사와 행동을 같이하는 의과대학 4학년 학생들에게도 정부가 특별한 구제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완화될 때까지 정부가 내놓은 의료정책을 잠정 중단키로 했지만, 합의문을 둘러싸고 대한의사협회 내 각 전공의 전임의 협회 대표들이 반발하는 바람에 이들의 진료 현장 복귀 여부가 손에 땀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일사불란하게 파업에 해당하는 집단휴진과 의과대학 4학년 학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불응이라는 초강수로 정부의 의료정책에 맞섰다가 이제는 의료계 내부의 불협화음으로 현장에 돌아오는 것을 고민한다면 불신의 골만 깊게 할 뿐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번 집단휴진 카드로 정부가 내놓은 의료정책을 일시 중단시켰지만, 갈등을 봉합시킨 데는 코로나 19가 위협하고 있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 현장으로 의사들이 돌아오라는 정부의 양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의료 투쟁에서 보인 의사들과 의과대학 학생들이 요구하고 주장하는 사항들이 정부와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전달된 만큼 미래 의료정책과 대책을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와 벌인 합의문이 휴진을 고민해야 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신뢰할 수 없었다면 애초 협회장으로 뽑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제와서 대표성을 가진 회장이 합의한 합의문 조문을 부정하는 것은 이익집단 내 자체의 모순을 드러내는 처사이다.

대한민국 내 이익집단은 대한의사협회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사회는 둘만 모이면 조직을 만든다는 소리가 있을 만큼 그야말로 천차만별의 이익집단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공동체 구성원에 때로는 큰 위안이 되고 때로는 근심을 안기기도 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의 이익단체라는 점에서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몇 안 되는 이익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의료대책을 둘러싸고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합의한 것도 가장 치명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으로 본다. 우리는 수많은 크고 작은 파업 현장을 봐 왔고 그때마다 분야별 현장이 마비되는 상황을 지켜봤지만, 이번처럼 정부가 인내와 양보를 한 예는 없었다. 그 이유는 지금 코로나 19라는 감염병이 국가를 마비시키는 상황 때문이다. 코로나 19는 전 국민에게 가택연금을 요구하고 있다. 가택연금은 지난 70년과 80년대 독재 타도를 외쳤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반정부 인사들에게 군사정부가 내린 집안에서 못 나오게 하는 조치였다. 이번에는 이와는 전혀 다른 전염병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집 밖에 나오는 것을 자제하려는 방역 조치 때문이다. 방역 조치 2.5단계가 수도권에서 발효 중이고 애초 일정보다 1주일 더 연장된 상황이다.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확진자가 폭증한 가운데 같은 달 대한의사협회마저 집단휴진을 단계별로 확대함에 따라 발생한 의료공백 역시 극히 우려된다. 때문에 의료 현장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복귀 후 의사들의 중지를 모아도 늦지 않다. 대한의사협회 내 여러 협회와 협회의 방향성을 찾기 바란다.

이제 공은 대한의사협회로 넘어간 이상 마땅히 대한의사협회 내에서 모든 사안을 찾아 나서는 게 도리라고 본다. 더 휴진을 이어갈 명분은 없다고 본다. 내부갈등을 내세워 휴진을 고집한다면 그나마 일부 맞다고 동의했던 여론도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박수 칠때 돌아오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우리는 의사들이 병원 현장에 있을 때 선생님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불렀지 병원 밖을 나왔을 때는 아저씨 아줌마라는 호칭이 뒤따른다는 것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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