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보다 소송이 싸다(?)… 대형IPO시 사고 염려

▲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사옥 전경(제공=키움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키움증권이 동학개미운동의 최대 수혜자로 폭발적인 수익 신장을 보이면서도 막상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시스템 투자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벌써 6번의 전산사고를 일으켜 반복되는 시스템 리스크에 무감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지난 달 31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주문 오작동으로 올해만 벌써 6번째 주문사고를 일으키며 개인주식거래 점유율 1위(30%)의 자좀심을 또 구긴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1등 회사답지 못한 리스크관리 수준을 보인다는 점이 지적된다.

지난 31일 키움증권 HTS에서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일부 투자자의 주식이 자동 매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주가의 급속한 상승으로 거래 편의성 제고 등을 위해 5대1 액면분할한 ‘테슬라’ 주식 보유자 중 주가 급락시 자동매도기능을 설정한 일부 고객의 주식이 액면분할가 근처에서 자동 매도됐다. 주가 급락시 알아서 매도가 되도록 한 기능이 액면분할을 급락으로 오류 인식한 시스템 사고였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보통 미국주식의 경우 액면분할 이슈가 있을 시 거래정지기간을 두고 있어, 정지기간 종료 이후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던 것이었다”며 “이는 서버용량, 통신회선 수 등의 정보처리능력과 관계되는 물리적 시스템 부하와는 달리 시스템 조건 설정을 잘못한 것으로 재매수 등을 통한 피해자 구제는 마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앞선 5번의 물리적 시스템 한계 피해와는 달리 거래시스템에 대한 설정을 잘못한 인재(人災)인 셈이다.

키움증권 HTS를 사용하는 한 투자자는, “키움증권 HTS에 익숙해져 계속 사용하고 있지만 잦은 시스템 오류로 언제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며, “키움증권이 해외주식 거래 이벤트와 설명회를 줄기차게 하지만 해외주식거래는 다른 대형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이미 지난 3월에 4차례, 지난 4월에도 유가 해외선물옵션 거래시스템 정지 등 반복되는 거래시스템 사고를 일으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6월 12일에는 장 시작 직후인 오전 9시 5분부터 10시 15분까지 약 1시간여동안 HTS와 MTS 등 주요 거래시스템으로 계좌 입출금이 중단되는 사고도 있었다. 이 사고는 타 증권사와 달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운용하지 않는 키움증권에 전일 미국시장 급락으로 저가매수를 하려 몰려든 투자자들의 계좌이체 부하를 키움증권이 받아내지 못하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민감한 시장 상황에서 한시간 동안 투자에 나설 수 없었던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사자 키움증권은 서버와 회선에 대한 투자를 늘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서버확충이 6월 사고 이후 얼마나 늘어났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한꺼번에 시스템을 대폭 업드레이드 하는 것은 쉽지 않고, 사용자 추이를 봐가며 지금까지 거래했던 최대치는 다 수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높여놨다”고 답변했다.

다시 말해 동일한 수준의 거래요청이나 계좌이체 부하는 견딜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큰 규모의 동시 주문 요청 처리는 100% 확신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증권사 IT본부장은 “키움증권은 타 증권사 대비 개인거래량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회사인데, IT시스템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아쉽다”며, “워낙 시스템 확충에는 수백억의 돈이 들지만 올해 상반기 위탁수수료 3000억원을 거둔 키움증권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심스레 의견을 비췄다.

또 다른 증권사 IT본부장은 “대형사 중에 CMA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곳은 키움 뿐”이라며, “키움증권이 IB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보니 대형 IPO를 할 기회가 없어서 검증되지 않았지만, 만약 지난번 카카오게임즈 같은 대어급 IPO를 진행했다가는 어떤 사고가 날 지 알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지로 키움증권은 대표주관사는 아니지만 다음달로 예정된 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IPO 간사단으로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에 간사단으로 이름을 올렸던 KB증권에 3조원의 자금과 1500:1을 넘는 경쟁률이 몰린 것을 감안하면 개인고객수가 더 많고 과열양상이 염려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개인청약시 어떤 일이 생길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키움증권에서 타사로 계좌를 옮겼다는 한 투자자는 “최근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에 대해 지적하자 다들 한발 물러나는 가운데 혼자 고집을 부리는 키움증권을 보며 타사 이동을 결정했다”며, “하이투자증권은 키움에 비하면 훨씬 작은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도 코로나19 극복에 그 돈을 내놓겠다는데 시스템 투자도 안하고 사고시 소송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이는 거 같아 탐욕이 과하다고 느낀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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