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석유선 취재팀장

설 대목을 앞두고 계속 치솟는 물가로 서민들의 주름살이 이만저만 깊은 게 아니다. 비단 장바구니 물가뿐만 아니라 전월셋값이 치솟으면서 이젠 살 집마저 없어 아우성 치고 있다.

그동안 "(전월셋값 상승은) 염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뒷짐 지고 있던 국토해양부도 더이상 방관할 수 없었던 지 지난 1월13일 전월세 안정화 대책(이하 1.13 대책)을 내놨다.

문제는 이날 발표한 전월세 대책이 서민물가안정 종합대책의 일환이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따른 '가격법칙'으로 치솟는 전월셋값을 잡겠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다보니 이번에도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핵심이다.

13만 가구에 소형주택과 임대주택의 조기공급과 전세자금지원을 6조8천억원으로 늘리고 분양가상한제폐지, 세제 혜택 확대 등 민간건설사의 공급확대를 위한 건설규제 완화 등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주택은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떨어지는 가격법칙이 전혀 통하지 않는 유일한 영역이다.

우리나라 주택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법칙 보다 미래의 매매차익에 따른 기대심리로 가격이 변동한다. 때문에 현재의 공급량과 상관없이 특정 지역에서 매매가가 요동치고, 그에 따라 전셋값도 덩달아 춤춘다.

때문에 지난해 가을 전국을 '배추 파동'으로 시끄럽자, 부랴부랴 중국산 배추까지 수입하며 공급을 늘린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전월셋값을 잡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월세 가격 안정 대책을 세우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전월세 데이터다.

실제로 서울시내 같은 아파트라도 전셋값이 5000만원 이상씩 차이나는 경우는 흔하다. 물론 같은 아파트라도 층, 방향, 내부 인테리어, 발코니 확장 여부 등에 따라 값은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렇다고 정확한 전월세가를 모르고서 전월세 안정화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에 국토부는 내달부터 전국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확정일자를 취합해 전월세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월세 거래 내역 신고를 의무화하지도 않고 층, 방향, 인테리어, 반전세 여부 등 신고항목 세부화도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얼마나 제대로 된 가격데이터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실수요자들은 새로운 전월세 실거래가 정보가 나와도 스스로 중개업소를 다니며 정확한 시세파악을 하느라 다닐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전월세 실거래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다면, 다음으로는 전월셋값이 더이상 천정부지로 치솟지 않도록 전월세 인상 상한제를 추진해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최근 당 차원에서 전·월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임대차 보호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계약 갱신 시 전세보증금 인상폭을 최대 5%까지로 제한한 전세보증금 5% 상한제 등을 추진키로 한 것은 환영할만 한 일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정치인, 관료, 전문가를 포함하는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상시적으로 전월셋값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정부가 더이상 "걱정할 리 없다" "괜찮다"로 일관하며 시간을 끌다, 결국 원성이 자자해지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사후대책을 반복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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