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국의 주류 언론이라는 매체들이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주구로 전락했는지 안타깝다. 이른바 ‘조국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필진에 참여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보지 못한 다소 생소한 권경애 변호사가 확인을 거치지 않은 내용을 언론에 흘려 기사화가 되고 뒤늦게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이를 허위보도라며 정정했다. 마치 지난 1968년 강원도 산골에 침투한 무장공비가 어린 이승복을 죽이려 하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하고 죽었다는 식이다. 어떻게 무장공비들에게 살해된 이승복이 그렇게 말을 했다고 했는지를 의심했어야 했다. 그 말은 반 공산주의를 주입하는데 더 없는 소재로 국정 교과서에 실렸다. 공산주의는 배격해야 할 잔인무도한 사상으로 당시 그 교과서를 배운 세대는 그렇게 성장했다.

'남조선이 좋으냐 북조선이 좋으냐'는 무장공비들에게 대항해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던 이승복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답했고, 잠시 후 오른쪽 입술 끝부터 귀밑까지 찢어진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1968년 12월 11일 조선일보는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1992년 조선일보의 당시 보도 내용이 조작 보도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제6차 교육과정부터 이승복 이야기는 사라졌다. 긴 공방 끝에 2009년 대법원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에 정확한 근거가 없지만 살아남은 형 이학관의 증언에 충분한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판결했다. 우리는 그런 유형의 가짜뉴스에 의해 지금도 살고 있다.

14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8월 6일 조선, 동아의 허위사실 보도에 대해 해당 지면 및 온라인에 ‘정정 및 반론 보도문’이 게재돼 공유한다면서 두 매체의 허위보도를 공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는 지난 8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의 한동훈(검사장)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라고 올렸지만, 한 위원장 해명 직후 해당 글을 삭제했고 "허위사실을 추측하여 사실인 양 기사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언론사의 책임"이라고 썼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지난 11일 ‘정정 및 반론 보도문’에서 “본지 8월 6일 자 ‘고위직, 한동훈 내쫓을 보도 나간다 전화’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사실 확인 결과, 3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전에 미리 한상혁 위원장이 보도 내용을 알았다는 권경애 변호사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라고 밝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MBC '채널A-한동훈 검언유착' 보도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자사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잡았다. 가짜뉴스를 정정하고 바로잡는데 수십 년이 걸렸고 수개월이 지난 뒤였다. 그 사이 사람들은 가짜뉴스에 신음하고 숱한 기업들은 도산과 부도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총과 칼 그리고 코로나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게 가짜뉴스이다. 특히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는 빛과 같은 속도로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더 없는 매체로 등장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뉴스에 정작 이를 확인하고 진실을 따져야 할 한국의 주류 매체들이 가짜뉴스 근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실이 아닌 경우 즉각 이를 정정하고 사실관계를 독자에게 알리는 것 또한 언론의 본연의 책임이지만 이미 식어버린 지난 이야기처럼 정정하는 것은 스스로 우리는 가짜뉴스 전문 매체임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어둠과 흙탕물로 여론을 호도하고 독자를 희롱하는 한국 주류 언론의 민낯을 우리는 지금도 뜬 눈으로 대하고 있다. 투명사회로 치닫고 있는 우리 시대에 가짜뉴스는 우리 내부에 암 종양처럼 자라고 있다.

개인 계정을 가진 유튜브 채널부터 공영방송 그리고 주요 신문들까지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이들을 끌어들여 여과 없이 실시간으로 인용, 보도하고 있다. 궤변과 가짜를 사실 인양 보도하는 것은 진실과 공정을 사시로 하는 언론매체의 본질을 저버리는 짓이다. 진실을 향한 도전과 공정을 위한 비판에 나서야 할 언론이 앞장서서 가짜뉴스로 세상을 바꿔보려는 속임수는 어떤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짜뉴스를 처벌하는 명확한 법이 없다. 가짜뉴스에 희생된 이들은 끝도 모를 가짜뉴스에 홀로 대응해야 하는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언론이든 개인이든 국회의원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가짜뉴스의 발원지에 대해 그 사실여부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입법이 필요하다.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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