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말없어

을왕리음주사고 가해자.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양보현 기자]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만취한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A씨(33·여)를 구속했다. 이원중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9일 0시55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B씨(54·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운전한 벤츠 차량은 사고 당시 중앙선을 침범했고,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해 A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중부서에서 “왜 음주운전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초가을 날씨인데도 롱패딩 점퍼를 입은 채 옷에 달린 모자를 눌러써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A씨는 또 “사고 후 (곧바로) 구호 조치를 왜 하지 않았느냐. 피해자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잇따른 물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벤츠 승용차에 함께 탔던 A씨의 지인 C씨(47·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당 벤츠는 C씨의 회사 법인차량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차량을 운전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C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8일 오후 늦게 처음 만난 사이로, 또 다른 남녀 일행 2명과 함께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숙박업소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당일 A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먼저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해 오후 9시쯤 가게에서 나왔고, 이후 술을 사서 인근 숙박업소로 이동하자 A씨도 합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숙박업소에서 술을 마시던 중 다툼이 있었고, A씨와 C씨가 일행 2명을 남겨둔 채 먼저 방에서 나와 벤츠 차량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청원  게시판

번 사고로 숨진 B씨의 딸이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며 낸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8만명 넘게 동의했다. B씨의 딸은 청원 글을 통해 “7남매 중 막내인 아버지가 죽었고 제 가족은 한순간에 파탄 났다”며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C씨가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조사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동승자인 C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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