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차산업혁명을 이끌 핵심통신 장비기업인 5세대 이동통신 장비(5G) 회사인 중국 화웨이 15일부터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금지했다. 여기에는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등 화웨이에 공급하는 것도 포함된다. 미국의 기술이 가미된 전자 관련 기술이 모두 포함된다. 화웨이는 통신 장비뿐만 아니라 스마트 폰 등 18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회사 일 뿐만 아니라 5G 시장에서는 세계 시장점유율이 30%가 넘을 만큼 세계적인 기업이다. 우리 5G 통신 중 LGU+가 화웨이 통신 장비를 쓰고 있어서 미국은 노골적으로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박을 한 바 있으므로 셈법이 복잡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반도체 칩의 경우 대외 수출물량 중 50%가 넘게 대중 수출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화웨이뿐만 아니라 중국의 샤오미 등 스마트 폰 기타 중국 전자 관련 기업도 포함하고 있지만, 초고성능 칩의 경우 화웨이 비중이 클 수밖에 없어 단기적으로는 대중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대로 화웨이가 통신 장비와 스마트 폰 등의 해외 수출길이 막히면 삼성전자 등 국내 통신 장비 기업이 그 빈자리를 공략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어떤 상황을 낳을지는 두고 봐야 할 변수들이 많다.

미국이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려는 중국의 발목을 잡기 위해 그 대표적인 상징 회사인 화웨이를 지난 2018년부터 견제구에 나서다 점차 압박 수위를 높이는 과정에서 이번에는 15일부터 전 세계 기업들에 반도체 부품을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 상무부의 공고에 따르면 이날부터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한 세계의 전 반도체 기업은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있다. 스마트 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부터 통신용 모뎀칩, D램과 낸드 같은 메모리에 이르기까지 화웨이의 모든 주요 제품에는 꼭 반도체 부품이 들어가지만, 이동통신 기지국, 스마트 폰, 컴퓨터, TV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화웨이에 팔 수 없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에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화웨이를 제외한 다른 중국 기업에는 미국의 수출 금지가 예외지만 세계 통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 여파는 대체시장을 당장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치 일본이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반도체 가공의 필수 소재인 불화수소 등의 수출규제를 한 것과 같은 조치나 다름없다.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가 나서서 정치적 보복수단으로 기업 간 경쟁에 개입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강대국들의 막무가내식 전략에 한시도 한눈팔 수 없는 상황을 우리는 보고 있다. 역으로 경쟁상대 기업의 성장을 좌초시키기 위해 국가를 선동해서 상대기업의 자국 내 영업을 봉쇄하는 그야말로 살벌한 치고받기식 경쟁이다.

미국은 화웨이 외에도 중국의 바이트댄스사가 서비스하는 15초짜리 짧은 동영상 앱인 틱톡도 미국 내에서 사용금지 시켰다. 틱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으로, 특히 동영상 소통에 익숙한 10~20대 젊은 층뿐만 아니라 미군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를 금지 조치하고 미국 내에서 사업을 철수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2016년 9월 첫선을 보인 틱톡은 2017년 미국의 립싱크 앱인 '뮤지컬리(Musical.ly)'를 인수하면서 북미·중남미·유럽·중동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고, 2018년 후반에는 미국 내 앱 다운로드 건수에서 1위를 차지했을 그뿐만 아니라 지난 2019년에는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10억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상 미국 기업을 인수해서 글로벌화시킨 회사를 미국 내에서는 더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예측 불가능한 행보이다.

나는 되고 너는 안된다면 국제간 자유무역질서는 깨지고 만다. 비록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폭탄으로 장군 멍군식 치고받기 와중에 이번에는 기업들을 직접 골라서 한국 등 타국에까지 수출길을 봉쇄하는 조치는 미국으로서도 우호국을 저버리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남북 관계도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분야도 그렇고 미국이라는 벽을 넘어야 할 첩첩산중 길에 담쟁이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과 한국기업들의 발등의 불이 뜨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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