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일간투데이 김종훈 칼럼리스트] 요즘은 같은 사안,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의견이 생명력을 가지고 널리 퍼진다.

유전자 증폭을 통해 특정 유전자 서열이 많이 나오면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에서 비롯되어 과학적 탐구의 축적을 통해 '확증'이 되었기 때문이다.

GPS가 가동되기 위해서는 광속으로 위치 정보를 처리해야 하기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 누구나 10억 분의 1초의 정확도로 현재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저녁 9시 뉴스가 시작될 때 뚜뚜뚜~ 3초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나면 연이어서 "오늘, XXX 대통령은.."이라고 뉴스가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사회에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지 못했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세력의 의견과 아주 많이 다르면, 그런 의견을 표출했다는 것 만으로 감시자가 따라붙고, 처벌받고, 갑자기 군입대를 해야 하기도 했다. 교회 형 중에 학생운동권 임원이 있었는데, 주중에 우리 중고등부실 캐비닛까지 털리기도 했다.

세상의 음모와 음모론의 개수를 셀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유와 증거를 선택할 때는 그것들이 결론을 이끌 만하다는 '가정'이 바탕에 깔려 있다.

따라서 실무능력 배양에 대한 강의과목이 늘어나고 졸업 필수 학점이 10학점 정도 줄어들면서 80년대엔 학부 1학년이면 누구나 들었을 만한 논리학개론이나 심리학개론 등의 재미진 강의도 공대 학생들이 수강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사회현상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대 졸업반 학생들의 논문지도를 하면서 비판적 사고기술에 대하여 가르치고 있다.

비판적 사고기술(Thinking Technique)은 '구조화된 비판적 추론', '소크라테스식 질문법', '비판적 사고에 근거한 실행', '깊은 사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혀 다른 사회적 의견 표출을 논리에 맞게 수용할 수 있으려면 구조화된 비판적 추론 정도의 기술만 가지고도 충분하다.

사람들이 표출한 의견을 비판적 사고기술에서는 '결론'이라고 본다. 결론은 주장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종류이든 영향을 미치기 위해 표현한 것을 말한다.

상호작용으로도 표현되는 '영향'을 미칠 필요가 없다면 굳이 결론을 표현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을 필요가 없다면 그 누군가가 말하는 결론을 귀담아들을 이유도 없다.

결론은 언론에서는 기사의 제목으로 표출되어 제목부터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고, 집회에서는 집회를 이끄는 표어로 나타난다.

결론을 뒷받침하는 것이 이유(reason)와 증거(evidence)인데, 이유는 내재적 평가의 산물이고, 증거는 외부로 드러나 평가 가능한 산물이다. 일련의 이유들이 결론을 이끌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증거들이 결론을 이끌기도 한다.

"지금 몇 시야?", "9시" 라는 간단한 대화에서도 위의 요소들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9시'라고 현재 시간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질문자에게 제시하는 결론은 '9시'라는 사실이다. 질문자가 현재 시간을 9시라고 알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

우리는 추가 질문으로 그 결론의 증거가 내재적인 이유에서 온 것인지, 증거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돌아오는 대답은 전자라면 "대충 그런 것 같아." 후자라면 "폰에서." 정도일 것이다.

"휴대폰 끄고 현금 써라."는 결론이 있다. 어떤 집회 전 행동지침으로 지시된 것이라고 한다. 이 결론을 이끈 것은 증거가 아니라 이유인데, 이 이유는 헌법 21조 집회결사의 자유에 위배되는 행위는 하면 안 된다는 주최 측의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휴대폰을 끄라는 지시는 헌법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 받지 아니한다.'를 위배하는 지시이고, 교통카드나 신용카드 말고 현금을 쓰라는 지시는 헌법 제23조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의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를 법률도 아닌 지시로 제한하는 행위이다.

헌법을 통신권과 재산권행사 제한의 이유로 삼았지만 비판적 사고기술에서 다루는 이유나 가정에는 '숨겨진 이유/숨겨진 가정'이 있다.

집회 이후 이로 인한 감염자의 발생에 대한 과학적인 추적을 막고 이런 과학적 추적에 의해 도출되는 결론이 존재하는데, 휴대폰을 끄고 현금을 쓰면 이런 결론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게 된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 개개인의 통신권과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면서까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받겠다는 주장에 숨겨진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전 보다 언론의 자유도와 개인 발언의 영향력이 커져서 온 나라 안에 같은 사안에 대한 전혀 다른 담론들이 넘친다. 음모론보다 더 많은 음모가 세상에 존재하니 코로나 사태로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려는 정부의 음모가 있다는 음모론도 실은 증거가 없는 내재적 이유에서 출발한다.

현존하는 증거로만 판단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담론들을 구성하는 수많은 결론들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이 결론이 사람 마음에서 출발한 내재적 이유에서 온 것인지,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요소로 구성된 증거에서 온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내재적 이유에서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숫자와 컴퓨터, 프로그램, 디지털 데이터 등 매우 정확한 듯한 단어를 동원하여 마치 증거인 것처럼 표현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극우세력이 종교의 탈을 쓰고 광화문 집회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을 유발하고 있다." /"(경찰이) 코로나 감염의 위험을 알면서도 9500명의 경찰병력과 경찰버스 차벽을 이용해 광복절 광화문에 나온 수만여명의 국민들을 감염위험의 좁은 장소로 몰아붙이는 행위를 자행했다.

이에 따라 551명의 광화문 관련 확진자가 발생케 하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의 범죄를 저질렀다" 는 결론에 대한 국민의 판단도 상반된 결론을 도출하게 된 증거와 이유를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대한 비판적 사고의 결과물은 전세버스 사업자 분들이 먼저 내셨다 – 운행 거부. 이 사업자 분들과 전혀 다른 의견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모임, 헌법에 규정된 통신의 자유와 재산권 행사를 규제하는 모임은 멈추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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