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국가 독감 예방 무료 접종에 쓰일 백신 일부가 배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상온에 노출된 독감 백신을 모두 수거했다.

23일 정부는 상온 노출된 독감 백신이 안전성과 효능을 정밀 검증한 후 문제가 없으면 접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중한 입장이다.

유통 과정상 문제가 확인된 만큼 관련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고 품질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한 뒤 접종 재개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은 사백신이고, 사백신은 생백신보다 (냉장 온도에) 덜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것은 전문가의 의견과 품질검사를 진행해서 판단을 엄밀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은희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장 역시 전날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게 되면 품질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제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효능을 나타내는 단백질 함량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와 함께) 더 광범위한 검사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제품 전반의 품질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독감백신은 배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 속 단백질이 온도 변화로 인해 변형되면 백신의 효능이 변하거나 아예 효능이 없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면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독감 백신이 상온에서 최소 1달 정도는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통상 백신 업체들은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일정 기간 방치될 때 등을 대비해 안정성을 알아보는 실험을 시행한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4가 백신의 경우 이런 실험에서는 상온(25도)에서 최소 1달, 길게는 수 개월간 상태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조사 자체의 실험 결과이고 외부 변수가 반영되지 않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신 관련 비영리단체인 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의 2012년 자료에 따르면 백신업체 사노피파스퇴르의 제품인 박씨그리프주는 25도에서 2주간 노출되면 단백질의 구조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또 다른 업체인 크루셀의 인플렉살 브이는 25도에서 4주간 있어도 구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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