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 발행을 축하하는 서면 인터뷰에서 언론 매체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대통령이 바라본 기자와 언론에 대한 시각이라는 점에서 인터뷰 내용을 꼼꼼히 살펴봤다. 기자로서는 부끄러움과 함께 더 분발하라는 채찍으로 들렸다. 요즈음의 한국 언론을 질타하는 뉘앙스가 짖게 깔렸기 때문이다.

기자협회는 지난 1964년 출범한 한국의 주류 언론사가 회원으로 구성된 대표적인 언론단체이다. 이후 수많은 매체가 이합집산하듯 협회를 창립했지만, 그 뿌리는 기자협회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할 말이 많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언론에 막중한 책임을 주문했다. 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에 이렇게 주문했다. ‘여전히 언론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져 있다’라면서 ‘언론이 국민의 신뢰 속에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주리라 믿는다. 정부 역시 기자협회보가 전하는 진실, “아니요”라는 비판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가 커진 만큼 민주주의의 토대도 굳건해졌습니다’라고 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를 축하했다.

문 대통령이 바라본 대로 한국 언론은 지난 2000년 이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개화되면서 그야말로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신종 매체로 부상한 밴드,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소위 사회관계망서비스는 기존 언론 매체를 무색게 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오죽했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실을 출입하는 기자들보다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주요 이슈들을 실시간으로 밝히는 시대이다. 문 대통령 또한 소소한 일상 그리고 청와대 주요 사항을 페이스북 계정에 소상히 전하고 있다. 우린 그런 시대에 살고 있지만, 기존 매체들은 여전히 본인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옹고집을 고수하고 있다.

옹고집 기자가 세상을 바꾸게 한 역사는 지금도 유효하지만 그건 진실에 대한 응전의 산물이었다. 그 과정에서 거짓과 가짜 기자가 역사를 거꾸로 되돌린 무수한 사례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우리 기자들은 문 대통령의 솔직 담백한 언론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독재정권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매체와 허심탄회한 소통을 주저하지 않은 언론관에서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본다.

대통령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는 그런 언론관이라는 점에서 공감한다. ‘아니요’라는 비판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는 말에 동감한다. 특히 비판의 자유가 만개한 시대에 언론 신뢰 하락은 아이러니라는 지적에는 우리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엿보는 것 같아 아리다. 언론을 언론답게 만드는 힘은 기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지적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의 본분을 잊지 말라는 조언이라는 점에서 왜 언론이 지적을 당해야 하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박근혜 정부를 몰락시킨 건 기자들이었다. 거짓에 맞선 기자들이었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그런 때도 있었지만 절대권력에 쫓겨나고 움츠려야 했던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전두환 정권의 철권통치 시대에 이건 아니야 라고 썼던 기자들은 쫓겨났고 숨죽여야 했던 때다.

그때를 함께 살아왔던 문 대통령의 언론관은 그래서 우리에겐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말로 들린다. 우리말로 ‘전환시대의 논리’이다. ‘전환시대의 논리’는 고 리영희 기자가 쓴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통찰한 저서 제목이다. 많은 이들이 그 책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고 삶의 이정표로 삼았을 만큼 기자가 바라본 세상 살아가는 가치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참 언론인으로 존경하는 기자로 리영희 기자를 들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바라본 언론관은 맞다고 본다.

그건 바로 진실에 대한 도전을 주문한 것이라고 본다. 사이비, 찌라시, 가짜뉴스가 판치는 시대에 적어도 언론사 간판을 내걸고 언론사 행세를 하려면 진실과 거짓을 분별할 줄 아는 매체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기대를 안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그 진실을 위한 길에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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