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일간투데이 김종훈 칼럼리스트] 국민 모두에게 부동산으로 적절한 부를 축적하고 남은 자금은 미래가치와 현재 기술의 간극차가 적은 기술개발분야로 유입될 수 있을 만큼 산업계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기를 바란다.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세 가지 장치에 대한 제품 발표를 했다. 새로운 아이팟과 더 진보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하는 전화기, 휴대가 쉬워 더 많은 정보를 향유하고 소비할 수 있는 인터넷 장치에 대한 것이었다.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훌륭한 발표의 귀감이 되는 이 발표의 클라이맥스에서 전혀 새로운 이 세 가지 장치, 아이팟, 휴대폰, 인터넷기기, 아이팟, 휴대폰, 인터넷기기가 반복되다 결국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기기 하나로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 제시하던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아이폰 이전의 아이팟 터치, 그 후의 맥북 에어 출시 발표와 같이 애플은 1년에 한 번, 맥월드에서의 발표를 새로운 개념과 그 개념을 감당하는 새로운 제품을 제시하는 기회로 삼았다.

PC를 구입하고 거기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익힐 때 즈음이면 같은 가격에 두 배씩 빨라지던 CPU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워킹샘플이 신문지상을 장식하던 90년대부터, 폴더블 폰이나 롤러블 디스플레이와 같은 혁신적 기술을 시장에 선보이는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의 발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떤 가치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 가치가 있는 것을 직접 제시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공학분야의 꽃이라 할 만하다. 시장에서의 반응은 열매일 것이다. 엔지니어링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이런 것이라는 인식은 상식에 가까웠다.

최근에는 산업계와 공학 연구자들의 보도자료 배포 – 기자회견 – 스테이지 발표 등 일련의 정보공개 트랜드에 상당한 변화가 생긴 것을 보게 된다. 새로운 개념과 이를 실현한 실제 사이에 시간의 간극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공학 분야에서 미래가치의 강조는 현재 가지고 있는 가치의 결핍이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몇 달 전, 5G의 낮은 지연성이 달성되지도 못하였는데 6G 이야기가 나온 것도 워킹샘플을 손에 들고 기자회견을 하던 이전 관점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일이었다.

반도체 기술 로드맵에서 5년 이내, 10년 이내 적용이 고려되지 않는 기술이어서 실제 반도체 제조에 사용될 가능성이 확률로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미래에 특정 기술이 적용되었을 때의 이익에 대하여 언급하는 논문 소개 보도들도 자주 보게 된다.

코로나19 진단 관련 키트들도 수 개월 전에 거의 모든 신문 지상에서 볼 수 있던 아이템과 진단키트 적용 기술들이 최근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본다.

지나고 보면 간단한 마스크 필터에서 신속진단 키트에 이르기까지 실제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를 돌리면 언론에 오르고, 이를 기반으로 자금이 모이는 현상들이 보인다.

어찌 됐든,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 미래의 제품이 가지는 가치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 가치에 이르는 방법을 소개한 후 이 과정을 투자자가 이해하면 이것을 기반으로 현재 시점에서 자금을 모으는 일련의 과정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이런 과정은 부동산 시장의 데자뷰다.

대형 아파트 단지나 도로망, 지하철 노선, 공항 입지 등 특정 지역이 가지게 될 미래가치에 기대어 현재 시점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현재 시점에 가졌던 기대치와 미래 시점에 실현될 가치 사이의 간극이 줄어들면 들수록 부동산 가격은 더욱 오르게 되는데, 기획 부동산이 사기인 것은 바로 이런 기대치와 기대 사이의 간극이 전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고, 많은 사람들이 암호 화폐를 구입했다가 큰 손실을 보는 것을 사기라 부르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 있다.

합리적인 판단에 의지하여 갖게 된 기대치에 의존하여 자금을 투입하고, 기대치와 가치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다 기대치보다 실제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경우를 성공한 투자라 하게 된다.

현재 기대치와 미래 가치의 차이를 이용한 거래가 가지는 리스크는 산업계와 부동산 시장 모두 가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 대상물인 부동산의 절대량이 한정되어 있어 투자가 성공했을 경우 투자자의 막대한 이익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다가온다.

젊은 창업자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 공간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더더욱 미래산업으로 손꼽히는 1차산업의 경우 공간집약적인 스마트팜이 아니면 투자 받을 엄두도 낼 수 없게 됐다.

개인적으로 누군가의 여유로움을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부담이 필요한 특성을 가진 시장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이 그러하고, 암호화폐가 그러하며,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이용자가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고소득 전문직 시장이 그러하다.

공학도인 필자는 이러한 시장의 문제에 대하여 자세하게 논할 깜냥이 되지 못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엔지니어링의 아름다움은 기술의 발전이 기술을 창출해낸 사람의 삶도 여유롭게 하고 기술의 결과물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더 낮은 비용과 더 나은 품질로 더 높은 만족을 얻을 수 있게 한다는데 있다.

전자와 후자 사이에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내는 다수의 인력이 존재하는데, 보상의 수준이 적절하면 이 인력들이 모두 기술로 인한 이로움을 향유하는 계층으로 편입되고, 적절하지 못하면 착취를 당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아마도 이런 불균형을 잘 조절하기 위해 정치가 존재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100억 이상 누적투자 된 스타트업이 200개 사를 넘어서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시리즈A 10억 투자 유치는 신문지상에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의 큰 투자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주택이 10채 이상인 소유주가 4만 2천 명을 넘는 것을 보면 기술분야 보다는 부동산이 훨씬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그럴 수준에 도달한 국내 산업계를 외국계 투자자들이 더 잘 판단하고 알아주는 현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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