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전산사고로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키움증권 여의도 본사(제공=키움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온라인 위탁매매 업계 1위 타이틀이 무색하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블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실은 올 한해 ‘동학개미운동’의 최대 수혜자인 키움증권을 향해 뼈아픈 평가를 내놨다.

2018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국내 10대 증권사의 3개년 전산사고를 전수조사한 결과, 키움증권이 17건으로 가장 많은 사고를 기록한 것을 두고 내놓은 평가다.

동기간 접수된 민원건수만 2111건에 이르고, 피해보상 금액이 60억9500만원에 달한다. 지난 9월 28일 오전에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 ‘영운문S’가 50분간 시스템 접속 장애를 일으킨 것을 포함 올해만 6번의 전산장애 사고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시스템인 만큼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의 약 30%가 사용하는 국민 주식거래 시스템을 보유한 독보적 사업자다. 금투업계에 몇 년간 이어진 투자은행부문의 선전 속에 IB가 약한 키움은 조용한 성장을 지속했지만, 올해 언택트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수수료 덕택에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키움이다. 지점이 없는 키움증권이 올 상반기 올린 영업이익에서 리테일 부문의 기여도는 76.2%다.

하지만 2020년 예산편성액 기준 키움증권의 전산시스템 투자액은 약 930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자사보다 위탁매매 점유율이 낮은 경쟁사보다 적은 실정이다.

본지는 한달전인 9월 7일에도 이러한 키움증권의 IT인프라 투자 미흡을 지적한 바 있다.

8월 31일, 키움증권 HTS가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일부 투자자의 주식이 자동 매도되는 사고가 발생한 후였다. 테슬라 주식의 5대1 액면분할을 주가 급락으로 오인식한 시스템 오류였다.

이미 올들어 반복되는 전산사고를 기록한 키움증권을 질타하는 기자의 목소리에 키움증권 측은 소명에도 불구하고 본지의 지적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달만에 또 사고를 냈다.

9월 취재 당시 키움증권이 IT시스템 개선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회사측은 “한꺼번에 시스템을 대폭 업드레이드 하는 것은 쉽지 않고, 사용자 추이를 봐가며 지금까지 거래했던 최대치는 다 수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높여놨다”고 답변했다.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거래요청이나 계좌이체 부하는 견딜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큰 규모의 동시 주문 요청 처리는 100% 확신하지 못한다는 설명이 있고 한달만에 다시 사고가 난 것이다.

전문가 자문을 위해 한 대형증권사 IT본부장에게 물었을 때 시스템 확충에 수백억원의 돈이 든다고 했다. 지난 3년간 물어준 돈이 60억이라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투자하는 것 보다 사고 발생시 피해자에게 돈으로 변상하는게 더 쌀 것 같다는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다. 상반기에만 3000억원의 위탁수수료를 거둬들였다 할지라도 말이다.

미국의 금융컨설팅기업 오션토모(Ocean Tomo)에 따르면 지난 2015년 S&P500기업들의 시장가치를 설비, 건물 등 유형자산과 브랜드,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으로 분석한 결과, 1975년 당시 전체 시장가치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3%, 무형자산은 17%의 비중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40년 뒤인 2015년에는 유형자산의 비중 16%, 무형자산 비중 84%로 상황이 역전됐다. 기업의 중장기 성장에 있어 무형자산의 중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키움증권에 뼈아픈 질책을 가한 홍성국 의원은 1986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30년간 증권맨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 누구보다 증권시장의 생리를 잘 알고 애정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가 통탄을 할 정도라면 키움증권은 ‘고객의 사랑’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형자산을 좀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키움증권은 지난 7일에도 3분기 기준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자랑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마지막 사고를 내고 열흘도 지나지 않아서다.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둘인 이유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고객이 떠난 뒤 후회는 너무 늦지 않겠는가.

키움증권에 정통한 한 증권사 사장은 “키움증권에는 비용을 최대한 아끼는 개성상인 정신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비용을 효율화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기자는 개성상인이 고객의 목소리를 도외시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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