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창건 75주년 맞아 심야 대규모 열병식 진행
"사랑하는 남녘 동포, 다시 손 맞잡는 날 기원…인민에 고맙고 미안"

▲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개최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외부 위협에 맞서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남측을 향해서는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며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7시부터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자정에 열린 열병식을 19시간 만에 녹화 중계했다.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회색 정장 차림에 회색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등장한 뒤 연설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적대 세력들의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핵 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해 자위적 정당 방위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과 5년 전 바로 이 장소에서 진행된 당 창건 70돌 열병식과 대조해보면 알겠지만 우리 군사력의 현대성은 많이도 변했다"며 "우리 군사력은 그 누구도 넘보거나 견주지 못할 만큼 발전하고 변했다"고 말했다.

또한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제일 확실하고 튼튼한 국가방위력으로 규정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단한 갱신목표들을 점령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에서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으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군사적 압박과 경제제재에 맞서 자위적 억제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며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 전쟁억제력 키우는 게 아님을 분명히 하고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남측을 향해서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김 위원장은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코로나19)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로 인한 '삼중고'로 힘들었던 한해를 짚으며 인민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도 거듭 전했다.

김 위원장은 "연초부터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상치 않았던 엄청난 도전과 장애로 참으로 힘겨웠다"며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비상 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재해도 복구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들어와 얼마나 많은 분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느냐"며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연설 중간에 울먹이며 "너무도 미안하고 영광의 밤에 그들(장병)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고 덧붙였다.

연설 내내 극존칭을 사용하며 "미안하다", "고맙다", "감사" 등의 표현을 10여차례 사용하며 주민들에게 감사와 신뢰를 보냈다.

이날 열병식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군 원수들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참모장, 김덕훈 내각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열병식 개최와 동시에 명예 기병 상징 종대와 53개 도보중대, 22개 기계화 종대 등이 김일성 광장에 차례로 입장했다. 각 종대는 "김정은 결사옹위"를 외치며 도열했다.

열병식은 이날 자정에 개최됐으며 약 19시간 뒤인 이날 오후 7시에 녹화 중계됐다.

중앙TV는 "할아버지 세대로 불리는 정규 무력의 첫 열병식 참가자들이 원자탄과 맞서야 했던 무기는 보병총에 불과했다"며 "오늘의 열병식에 참가하게 될 그들의 손자 세대는 너무도 변했고 누구도 상상 못 할 힘을 가지고 세상에 그것을 과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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