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ICBM, 추진 엔진 변화·탄두부 개선…SLBM, 다탄두형 개량
해외 전문가, "이번 미사일은 괴물…도발보다 과시 목적"

▲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북한의 최신 미사일 기술이 집약된 것이라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지난 1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열병식 영상을 보면 신형 ICBM은 길이와 직경이 커진 것으로 미뤄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탄두부가 '다탄두' 탑재형으로 개량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신형 SLBM '북극성-4A'도 직경이 굵어졌고 다탄두 탑재 가능 형태로 진화했다.

다탄두 탑재형으로 탄두부가 진화한 것은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아직 시험발사 등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완성도와 실전배치 가능성 등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신형 ICBM의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가 11축 22륜(바퀴 22개)으로 식별됐다. 2017년 11월 발사한 ICBM '화성-15형'의 TEL은 9축 18륜이었다. 바퀴가 2축이 늘어났고 외관도 새로운 TEL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TEL의 바퀴 수가 늘고 길이가 길어진 것은 미사일의 중량이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형 ICBM의 직경이 커진 것은 1단과 2단 추진 엔진에 큰 변화를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 권위자인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신형 ICBM은 액체 엔진 미사일"이라며 "1단에 엔진 2쌍(4기)을 달았고 2단에는 작년 12월 두 차례 시험했던 신형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성-15형은 1단에 화성-14형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 2기를 장착했고 2단에는 보조엔진 4~6개를 달았다. 그러나 신형 ICBM 1단은 엔진 최대 4기를 장착했고 2단은 작년 12월 두차례 시험에서 7분간 연소했다는 새 엔진을 달았기 때문에 직경이 커졌다는 것이다.

1단 액체 엔진 수가 늘어나고 2단 액체 엔진이 신형으로 바뀌면서 추력(밀어 올리는 힘)이 커지도록 연료와 산화제량이 더 많이 주입되므로 직경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탄두부가 개량된 것도 큰 특징이다.

신형 ICBM의 탄두부 형태는 둥글고 뭉툭한 화성-15형과 달리 미국 ICBM '미니트맨-3'와 닮았다. 이 탄두부에 후추진체로 불리는 PBV(Post Boost Vehicle)가 식별된 것으로 알려졌다.

PBV는 다탄두 탑재형 ICBM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북한이 다탄두 ICBM을 개발했다면 이론적으로 워싱턴이나 뉴욕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이런 다탄두 ICBM을 개발하려면 PBV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ICBM은 발사 후 우주 공간에서 마지막으로 탄두가 들어 있는 PBV를 분리하는데 이때 PBV에 달린 로켓이 점화돼 탄두를 원하는 목표지점 상공까지 운반한다. PBV 중앙부에는 모터가 들어 있고 그 주위에 여러 개의 탄두가 있는 형태다.

신형 ICBM은 길이와 직경이 커진 만큼 사거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화성-15형의 사거리를 1만3000㎞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의 중량이 커졌기 때문에 사거리는 화성-15형과 같거나 좀 더 길게 비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신형 SLBM '북극성-4A'도 '다탄두' 형태로 개발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극성-1형보다 직경은 2~3배로 커지고 북극성-3형에 비해서도 직경이 굵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건조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3000t급 잠수함이나 4000∼5000t급 잠수함 탑재용으로 보이는 북극성-4A는 탄소섬유로 제작해 동체를 경량화했고 사거리도 북극성-3형보다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전문가들도 북한 ICBM의 대형화·사거리 능력 향상 등 기술적 개선이 크게 진행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신형 ICBM에 대해 "북한의 무기 중 어떤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분명히 강력하다"며 "지구상에서 가장 큰 미사일일 것 같은 이처럼 거대한 도로 이동형 미사일은 사거리를 늘리거나 더 큰 탑재물을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멜리사 해넘 스탠퍼드대 열린핵네트워크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이번 미사일은 괴물"이라고 말했다.

일본 군사전문가인 고이즈미 유(小泉悠)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특임조교는 11일 보도된 NHK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미국이나 소련이 만든 초대형 ICBM과 크기는 거의 같은 정도로 보이며 세계 최대급 이동식 ICBM이라고 해도 틀림없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어 "그간 불가능했던 복수 탄두 탑재가 가능한 타입일 가능성이 있다"며 "복수의 탄두를 실은 신형 미사일이 발사되는 경우 요격하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에 대해 일정한 핵 억지력을 가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하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도발보다는 대외적 과시용으로 미사일을 공개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담당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열병식은 선거를 앞두고 지나치게 도발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발달상을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윗에서 "열병식은 도발적이 아니라 과시적이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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