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연합 간 전쟁을 벌였던 소위 중동 전쟁 시 미국에 유학 중인 이스라엘 청년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고국 이스라엘군에 자원했다.

대한민국 국민 중 성인 19세 남자들은 군대에 가야 하는 국방의무를 다해야 한다. 하지만 국방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국적을 바꾸는가 하면 심지어는 손가락 발가락을 자르는 사례도 여전한 것 같다. 체중을 터무니없이 늘리거나 줄이는 예도 있고, 눈 등 신체 특수부위를 고의로 자학수준으로 일시적인 상해를 가해 입대를 면제했다는 소식은 어제오늘만이 아니지만, 군에 간 이들을 두고 국정감사장에서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것은 아이러니다.

여야가 12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특혜 의혹을 두고 또다시 격돌한 모양이다. 국정감사장에서 군에 간 이들 두고 그것도 몸이 아파 휴가를 연장한 것을 두고 논쟁할 일인지 묻고 싶다. 이를 무색게 하는 병무청에서 제출한 군 회피한 이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13일 병무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에도 병역면탈 적발 건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47건에서 2016년 54건, 2017년 59건, 2018년 69건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핑계도 가지가지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병역면탈 유형을 보면 고의적인 체중 증·감량이 1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신질환 위장이 68건, 고의 문신이 58건, 학력 속임이 16건, 안과 질환 위장이 3건 등이었다. 심지어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절단해 군 면제를 받은 경우도 3건이나 있었다고 한다.

입대 전 다리 연골 부분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방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 후 재발로 치료를 위해 휴가를 연장한 것을 두고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병무청이 제출한 군 회피한 청년들에게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묻고 싶다.

또 있다. 한때 대중가요의 아이돌로 행세했던 유승준이란 가수는 입대를 회피하기 위해 여행을 핑계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시민권을 단시간만에 취득 후 입대하지 않았다. 미국 시민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겠다고 법무부와 대법원 그리고 외교부를 상대로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비겁한 청년들에게 회초리를 들어야 할 어른들이 격려해야 할 청년들에게 나무라는 건 염치없는 짓이다.

누군들 가고 싶은 건 아닌 게 군대이다. 가보면 안다. 혈기 방장한 청년들이 통제된 조직에서 최소 2년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기꺼이 국방의무를 다하기 위해 간 청년들에게 어떻게든 무사히 군 복무를 마칠 수 있도록 돕고 격려해야 할 책임이 군에 있다. 군은 그런 군인을 철저히 보호하고 책임 있게 관리했다면 그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본다. 이를 두고 군과 제대한 이를 두고 국정감사장에서 고성이 오가는 건 어느 나라 국회의원들인지 묻고 싶다.

장군 출신이 국회의원으로 둔갑해서 만기 전역한 병장을 물고 늘어지는 경우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체면을 저버리는 처사임에도 병가에 따른 휴가 며칠 연장을 두고 지난 수개월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그에게 묻고 싶다. 군 회피를 위해 손발을 절단하고 기형적인 체중 증감량과 눈 실명을 무릅쓰는 이탈한 청년들을 한 번이라도 꾸짖은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이나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역임했던 우병우 아들이나 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한민국 청년으로 한 사람은 군으로, 한 사람은 경찰 소속 의무경찰로 복무했다. 한 청년은 무릎 연골 이상에도 군 복무를 다 했고, 한 청년은 고달픈 경계병에서 운전 시 코너링이 좋아 꽃보직에 속하는 서울경찰청장 운전병으로 발탁 후 무사히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반겨야 할 것은 국방의무를 다한 청년들에게 그 보직이 무엇이었든 간에 잘 마치고 돌아온 것을 대견하게 여겨야 할 일이지 군 시절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가지 않은 비겁한 청년들을 꾸짖은 국가만이 청춘페이로 국방의무를 다한 청년들에게 '이게 나라다' 라고 여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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