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현대차그룹이 3세대 시대를 열었다. ‘임자, 해봤어?’라는 숫한 시련이 닥칠 때마다 응전 삼아 독려한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기치가 3대를 맞이한 날이다. 그 도전과 응전으로 이날 현대차그룹은 3세대인 정의선 회장체제가 출범했다. 현대차그룹이 3대를 이어오는 동안 우리가 선망하던 미국 포드자동차를 제치고 세계 5위 완성차 회사로 성장했다. 그 성장의 비결은 ‘임자, 해봤어?’라는 도전 정신이 3대에 걸쳐 이어온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포기할 때 ‘임자, 해봤어?’로 독려한 실화는 지금도 회자하고 있다. 바다를 메우는 서산 간척지 6km가 넘는 방조제 공사에서 마지막 270m 난공불락 구간은 5톤짜리 바위도 휩쓸어가는 초속 8m 급류라 속수무책 일 때 "임자, 해 보기는 했어?"로 밀어붙였다. 270m 급류 구간을 322m의 폐유조선 '워터베이호'를 침몰시켜 막은 ‘정주영 공법’이 현대차그룹의 정신줄이다. 선대에 이어 자동차그룹을 물려받은 정몽구 회장 20년 체제하에서 현대차그룹은 세계 완성차 업계 5위로 우뚝 솟는 기염을 토해냈다.

한국 기업 성장사에서 삼성, 금성, 효성이라는 재벌사는 같은 초등학교 출신으로 3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대는 지금의 북한지역인 강원도 통천 출신으로 월남했기 때문에 맨주먹으로 재벌 가문을 일군 흔치 않은 사례이기도 하다. 조선, 중공업, 자동차를 주축으로 동반 성장을 이끄는 동안 각 분야 모두 세계 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조선과 중공업 분야에서 지난 2000년을 기준으로 세계적 기업에 합류한 데 이어 지난 2010년 현대차그룹은 미국 포드자동차를 제치고 세계 5위 완성차 부동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구, 부품과 물류, 제철 등 자동차에 관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데 이어 미래 차 선도를 위해 올해부터 매년 20조 원씩 향후 5년간 100조 원을 투입한다는 전략도 어느 완성차 업체보다 공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재를 구하는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영입해 ‘갇힌 경영’에서 ‘열린 경영’으로 변모시킨 것 또한 현대차그룹이 지속 가능한 경영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만하다.

우리말에 부자 3대 지켜가기가 힘들다는 말이 무색게 할 만큼 현대차그룹은 위기에 더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00년에는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적통' 자리를 두고 '왕자의 난'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몽구 명예회장은 당시 현대차 계열 회사만 들고나와 '홀로서기'를 단행했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자산은 31조723억 원으로, 삼성과 현대, LG, SK에 이어 자산 기준으로 재계 5위였지만, 현재는 삼성그룹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자동차그룹 하나로 여타 재벌그룹을 제치고 일어선 것은 놀랄만한 뚝심과 도전 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바통은 정의선 회장에게 넘겨졌다. 미래 차는 예측불허의 시장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에는 또 다른 미지에 대한 도전에 어떻게 응전할지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이 미래 자동차 시장을 자동차가 50%, 개인 비행체(PAV) 30%, 로보틱스가 20%로 각각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하에 미래 시장을 대비한 점은 그래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운행과 운송 수단이 자동차 산업 자체를 뒤흔드는 시대를 맞이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미래 시장을 선도해야 하는 정의선 회장 시대는 부자 3대 이어가기를 넘어 대한민국 기업사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워가는 시대일 수 있다. 올해로 50세인 정의선 회장은 선대와 비교했을 때 향후 30여 년을 현대차그룹을 진두지휘한다고 가정할 경우 강산을 3번이나 바꿀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미래는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인간 중심 모빌리티' 기치를 내세운 만큼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경영철학을 어떻게 접목할지 정의선 체제를 바라보는 기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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