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제국의 흥망을 보면 그렇다. 근현대사를 봐도 그렇다. 영국의 쇠락과 미국의 부상에 이어 중국의 등장만 봐도 그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그 흥망성쇠에 과정에서 각국은 생존을 위해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부단한 정책과 대책을 내놓고 있다. 관세로 때로는 규제로 대응하기도 한다.

미국이 중국의 비약적인 도약에 맞서 관세와 규제로 맞서다 이젠 동맹국들에도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소위 반중 전선에 군사 분야가 아닌 기술까지 간섭하려는 노골적인 주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기업들의 기술 지원이 불가능한 시점에 중국 기술을 이용하지 말라는 것 자체는 반중 전선 요구에 합당하지 않다.

미국 국무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사용하는 한국기업을 향해 '법적 위험'까지 거론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보도는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를 특정해 한국 측의 우려를 전달했느냐?'는 VOA의 질문에 "민간 기업은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도 "모든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에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를 포함할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라는 점을 계속해서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 14일 화상으로 열린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에서 '화웨이 배제'를 재차 요청했고, 한국은 이에 대해 "민간 기업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의 요구는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의 이런 입장에 대해 "화웨이와 거래할 때 신인도나 잠재적 법적 위험을 따져보는 것이 모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보는 화웨이와 민간 기업이 화웨이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 지적한 사항은 더욱더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이 반중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소위 클린 네트워크는 5G 통신망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해저 케이블, 클라우드 컴퓨터 등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 등 미국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기업 제품을 배제하는 정책까지 들고 나왔다.

클린 네트워크에 40개 이상 국가와 50개 이상 통신회사가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도 그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는 어쩌다 미국이 기술 구걸까지 하고 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각국이 국가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기업투자나 인수 및 합병(M&A) 등을 규제한 사례는 다반사이지만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민간 기업이 활용하는 것을 두고 노골적으로 사용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미국 내 시장이 아닌 대한민국이 5세대 이동통신 첫 상용화시장에 대한 규제로 비칠 수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무한 경쟁력을 요구하는 시대에 경쟁에서 뒤처지면 쇠락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이 마당에 특정 기업을 꼬집어 압박하기에 앞서 미국기업 기술을 소개하는 게 순서가 맞다.

일본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성장을 막기 위해 전범 기업들의 배상을 핑계로 반도체 생산에 불가피한 불화수소 등 소재 거래를 차단한 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계는 지금 4차산업혁명을 안착시키기 위해 신기술과 혁신에 각국의 기술과 기업이 합종연횡 중이다. 뒷다리를 걸고 넘어질 게 아니라 더 앞선 기술로 경쟁하는 게 대국다운 면모라고 본다.

미국과 일본이 4차산업혁명에 반중 전선을 요구할 게 아니라 선도하는 선도국으로 자국 기업의 기술개발에 정책과 대책으로 대응할 때 반중 전선도 자연스럽게 구축할 수 있다. 철 지난 기술로 반중 전선을 요구하는 건 동맹 간 이견만 축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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