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자신있는 증권업계 '미소'

▲ 주요 증권사 전경(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지난 2005년 도입 후 15년이 지난 퇴직연금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커지며, 실질적인 노후대비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 운용 수익률을 제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안정성을 강조하는 은행과 보험사 중심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형성되면서 초기 시장 선점에 어려움을 겪었던 증권사들이 운용수익률을 무기로 환영하는 모양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은행과 보험업 대비 운용수익률이 높은 증권업계가 투자자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를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내용의 핵심은 퇴직연금 운영방식을 기존의 ‘계약형’에 더해 ‘기금형’을 추가하는 것이다. ‘계약형’이 퇴직연금 관련 사무를 퇴직연금사업자(금융회사)에 일임해 관리가 용이하고 비용 효율적인 대신 지나치게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수익률이 낮아 노후대비 수단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나온 발의다.

한 의원 측은 “현행 퇴직연금제도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고, 적립금의 수익률이 최소한의 물가상승률도 보전하지 못함에도 이를 운용하는 퇴직연금사업자는 매년 막대한 수수료를 가져간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으로 장기적이고 유연한 적립금 자산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사업은 그간 은행권 등에서 대출관계에 있는 기업들에게 퇴직연금 가입을 압박하거나 거래관계에 있는 대기업 납품 회사들에게 관계사 금융기관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소위 ‘꺾기 영업’이 판을 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진정한 근로자의 노후 대비 수단과는 거리가 먼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한 의원의 법안 발의와 더불어 최근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움직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9일 금감원은 가입자들의 수익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퇴직연금의 실질 수익률과 예상 연금수령액을 일목 요연하게 볼 수 있는 퇴직연금 운용보고서가 내년부터 제공된다고 밝혔다. 개편된 운용보고서 첫 장에 ‘표준 요약서’를 신설해 수익률과 함께 근로자가 부담한 자산·운용관리 수수료 누적 총액을 안내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퇴직연금 가입자가 납입한 금액이 얼마고, 수수료를 이렇게 내고 있으니 관리 잘하라는 ‘알람기능’을 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자신의 수익률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돼 수익률에 관심을 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금감원은 ‘퇴직연금 제도 이전 간소화 추진 계획’도 밝혔다. 계획안의 골자는 내년부터 퇴직연금을 이전하고자 하는 금융회사를 방문해 이전 신청만 하면 나머지는 금융사끼리 알아서 다음날(D+1일)까지 자동으로 사업자가 바뀌게 되는 제도다.

그동안 이전 절차가 복잡해 가입한 퇴직연금사업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울며 겨자먹기로 방치하던 상황을 개선하고, 사업자간 서비스와 수익률 경쟁을 통해 가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취지다.

이와 같은 변화에 가장 반색하는 금융권은 증권업계다. 그간 ‘대출’이라는 막강한 무기와 ‘원리금보장형=안전한 노후’라는 논리에 밀려 ‘적극적인 운용=위험한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장점인 운용수익률을 내세워도 퇴직연금 가입자 유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주식투자 수익률이 높아지고, 실질 금리가 제로에 수렴하게 되면서 “이대로는 노후대비가 어렵다”는 가입자들의 절박한 의식이 퇴직연금운용을 증권사에 맡기게 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퇴직연금사업 관계자는 “3분기(9월말) 기준 확정기여형(DC)수익률 연 4.80%, 개인퇴직연금(IRP) 기준 연 4.04% 등 전 금융권 통틀어 유일한 4%대 수익률이 알려지면서 연금 이전에 대한 투자자 문의가 많은 상황”이라며, “특히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해 운용에서 중요한 글로벌 자산배분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회사라는 점이 미국 등 해외투자를 직접 경험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믿음을 주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엔 시중은행 이자율이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안정형 상품이라 할 지라도 저축은행에 분할해 자금을 넣어 1%라도 더 받겠다는 퇴직연금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