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일간투데이 김종훈 칼럼리스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이 시작됐다. 국내 산업계는 더욱 강력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거대 미국 기업들과 상대해야 한다.

역사 속에 존재했던 어떤 세계적 제국보다 우리나라의 경제, 정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었으므로 새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 관심이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아전인수가 인지상정이라 했던가! 바이든 행정부의 코비드19 대응과 친환경 전기차 우대 정책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계, 배터리 산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면이 있다.

대외 규제보다 내적 경쟁력 강화에 몰입하기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쉽게 정리하면 ‘중국과의 무역전쟁보다 자국 내 생산품의 소비 증대’ 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수출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일단 접어두는 것이 좋다.

당선 전과 후의 온도 차이 때문인지 ‘모든 국민에게 저렴한 의료서비스 제공’의 우선권은 조금 낮아졌고, 인종평등과 기후변화 대응은 전면에 나왔다.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긴 안목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지만 이전 정부에 의해 높아졌던 인종갈등은 평화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시급히 해결할 현안으로 대두됐다.

이는 선거 공약집에서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첫째 날에 할 일과 첫째 해에 할 일들을 언급한 것에 대한 약속 이행이다.

조 바이든 선거본부의 공약 헤드라인은 ‘코비드19 격퇴’, ‘일하는 가족의 경제 회복’, ‘모든 국민에게 저렴한 의료서비스 제공’이었고,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가 내세운 첫째 날 (DAY ONE) 하는 일 4가지는 코비드 19, 경제회복, 인종평등, 기후변화 대응이다.

대통령이 된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23만의 가정에 소중한 가족의 죽음을 겪게 한 코비드19 대응 자체가 경제회복의 근간이므로 가장 우선해야 할 숙제였을 것이다.

한참 다이아몬드 합성을 하던 첫 번째 박사과정 때 쥬얼리 다이아몬드의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국내가 연간 4조원, 미국이 연간 49조원 대였고, 전 세계 시장규모가 100조원 정도였다.

전공은 실리콘과 같은 4족 반도체 원소인 다이아몬드의 센서 응용이었지만, 보석으로 사용되는 다이아몬드의 시장규모의 비교로 미국의 시장 지배력이 얼마나 강한 지 이해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아이템에 상관없이 미국 시장이 국내 시장의 열 배 이상이라는 공식이 존재했다. 두 시장 사이에 일본시장은 국내 시장의 몇 배라는 클리셰가 꼭 따라왔는데 이제는 고려의 대상도 되지 않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바이든의 인수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인 buildbackbetter.com에는 4대 우선 당면 현안에 대한 큰 그림 위주의 설명만 되어 있어 오랜 시간 그가 고민했던 정책 방향을 살피려면 그의 선거본부 홈페이지 joebiden.com 사이트에 올린 세부 정책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of America’s workers, 미국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미국의 모든 곳에서 생산된”로 정리되는 제조업 관련 정책을 보면 국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일자리 창출과 환경을 고려한 첨단 산업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것은 우리의 그린뉴딜과 매우 흡사하여 이해하기 쉽다.
더군다나 그린뉴딜의 세 가지 핵심원칙이 환경(Climate), 일자리창출(Jobs), 불평등해소(Equity)이고, 위에서 언급한 바이든 인수위원회의 4가지 현안이 코비드19, 경제회복, 인종평등, 기후변화 대응인 것을 보면 코비드19를 제외한 현안에 대한 인식이 동일함을 알 수 있다.

바이든의 경제회복 정책은 자국 내 일자리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노동관련 권리 행사의 강화와 국내 투자 촉진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제품을 더 사게 만든다는 ‘Buy American’을 내세워 4천억 불의 조달 품목 투자를 할 예정이고, 미국 내 전기자동차 기술, 경량소재, 5G 및 인공지능에 이르는 혁신 기술 분야에 3천억 불을 투자할 예정이다.

퀀텀 컴퓨팅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지만 1970년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사가 만든 세계 최초의 집적 반도체 회로와 1080년대부터 세계 시장을 지배한 개인용 컴퓨터를 처음 개발했던 것과 같은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거대 기술회사에 대한 투자도 증대될 것이다.

바이든의 기술분야 시니어 어드바이저인 제이크 설리반이 Quantumzeitgeist.com에 올린 의견에 의하면 앞으로 테슬라, 피스커와 같은 전기자동차 업체나 퍼스트솔라와 같은 태양광 업체들이 사업을 영위하는데 편안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고, 퀀텀 컴퓨팅의 경우 순수한 퀀텀 컴퓨팅 전문 회사는 없지만 아마존, 구글 아이비엠, 허니웰 등의 회사들이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의 기술적 주도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해당분야 외국 인재들의 적극적인 채용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Buy American’의 세부 항목으로 자리잡은 ‘국내 생산 규칙 강화’에 의하면 미국 내 공급사슬망의 회복을 위해 이전까지 조달품목의 국산화율이 51% 이상이면 국산으로 인정했던 것을 더 높은 국산화율을 달성해야 조달품목으로 인정되도록 규정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타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미국에서 조립하는 수준의 무늬만 미국산이 아닌 진정한 미국산 제품인지를 검증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율을 지키는 것은 이전까지는 제안처럼 취급되어 왔지만 요구사항으로 만들어 규제까지 할 예정이고, 중국에서 생산되었어도 적절한 가공을 통해 ‘Made in America’라고 취급되던 케이스를 없앨 예정이다.

미국의 첨단기술로 해외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막을 것이라 한다. 결국 미국 내 인재 유입과 생산라인 유입은 증대하고,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국내 유통은 한계를 두게 만들어 무역전쟁처럼 티나게 장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국내에서 외국에 주문하는 총량을 줄이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규제보다 장려를 통한 세련된 정책의 실현이라 할 수 있겠는데, 미국 내에서 커지는 시장이 우리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고, 미리 고민하여 대응할 수 있다면 바뀐 미국시장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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