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IBK투자증권만 두각…나머지는 명맥 유지 그쳐

▲ 토스 로고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토스증권 출현으로 연내에 12년만의 신생증권사 탄생을 예고한 가운데, 12년전 문을 열었던 8개 증권사는 현재 어떻게 됐는지 관심이 모인다. 자본시장법 발효와 함께 증권사 합종연횡도 활발했던 12년전 간판을 걸었던 증권사들은 불어닥친 금융위기의 파고를 뚫은 몇몇 증권사만이 생존해 이름값을 하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토스증권 ‘본인가안’을 심의·의결했다. 오는 18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상정되는 ‘본인가안’ 통과만 남겨두고 있어 연내 신생 증권사의 출범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올 봄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신생사가 아닌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간판을 새로 단 증권사여서 엄밀한 의미의 마지막 증권사 인가는 12년 전인 2008년으로 돌아간다.

2008년에는 바로투자증권을 비롯, 애플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BOS투자증권,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가 등장해, 종전까지 외국계증권사 국내지점을 포함해 54개에 불과했던 증권사수가 62개로 급격히 늘었다.

2008년에는 M&A도 활발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신흥증권을 인수해 HMC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의 현대차증권에 이르게 된다. 지금은 DGB금융그룹의 일원이 된 하이투자증권의 전신 CJ투자증권을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한 해가 2008년이다.

2008년에 증권사들의 출현과 합종연횡이 활발했던 데에는 2007년 8월 3일 공표되고 2009년 2월 4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대두와 연관된다. 자본시장 사업자간 경쟁 유도로 금융혁신을 꾀하고 다양한 겸영 허용, 상품 규제 철폐, 투자자보호 확대 등을 기치로 도입된 법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기회가 주어진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사람들이 뛰어든 해가 2008년이다.

증권사들에게 소액결제가 가능해지고, 증권사 체크카드가 유행하고, 증권사들의 이름에 ‘OO금융투자’라는 이름이 붙게된 것도 이때 쯤이다. 지금은 당연스럽게 여겨지는 투자자 보호수단으로 투자 전 투자자성향 진단을 하고 등급을 매기는 것도 이때 시작됐다.

미래에셋그룹을 주축으로 수년 전부터 펀드열풍을 일으키며 자산관리 시장이라는게 형성되면서 증권업에 기회가 있을 거라는 시각도 많은 이들이 증권사 간판을 내걸게 된 이유였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이하면서 호기롭게 문을 연 증권사들은 곧바로 한파를 맞이하게 된다. 증권사 수가 늘어나 수수료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익구조는 나빠지고, 시장 침체로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신생 증권사들에겐 ‘고난의 행군’을 해야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신생증권사들이 연이어 적자를 이어가자, 정부는 부실 증권사 퇴출 심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증권업 특성상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자본잠식 30% 이상이 되면 퇴출 경고에 들어가고, 유예기간동안 회복하지 못하면 철퇴를 가한다는 기준에 부합하기도 쉽지 않았다.

제일 먼저 백기를 든 곳은 애플투자증권이었다. 인가 6년만인 2014년 3월, 누적된 영업손실을 이기지 못하고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다른 증권사들도 명맥은 유지하면서도 두각을 나타낸 곳은 많지 않았다.

8개 증권사 중 현재 자기만의 색깔을 내고 있는 곳은 KTB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 정도다.

KTB투자증권은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대체투자(AI)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채권영업, 장외파생 등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기관영업 대비 약점으로 지적되던 소매영업에서도 성장세를 기록해 지난 8월말 기준 위탁자산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비대면 사업을 시작한 2017년 대비 5배가량 자산 순증을 기록 중이다.

특히 증권사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계열의 KTB자산운용, KTB PE, KTB네트워크(VC) 등과 시너지를 내며, 지난 회계연도에는 연결 기준 순이익 502억원으로 설립 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모기업 IBK기업은행의 100% 출자로 시작한 IBK투자증권은 모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특화된 정책금융 증권사로서 자리매김했다. 설립 10년만에 자기자본 규모를 두배로 늘리고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이라는 정체성을 통해 크라우드펀딩, 신기술투자조합 등에 심혈을 기울이는가 하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시장에서 강자로 나서고 있다. 올해도 연말까지 8개사의 상장주관을 통해 그 경쟁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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