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하늘길을 봉쇄하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정부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토록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이전에도 국내 항공산업은 정부가 저가 항공사를 우후죽순으로 인가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포화상태였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출혈경쟁으로 공멸의 하늘길을 날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코로나 19가 하늘길을 막으면서 항공사들도 불시착하게 된 셈이다.

대한항공은 1000%, 아시아나항공은 2000%가 넘는 부채비율에 허덕이고 있던 차에 코로나 19가 엄습하면서 두 항공사는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두 회사에 4조5천억 원(대한항공 1조2천억 원, 아시아나항공 3조3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바닥나 공적자금인 기간산업안정자금만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 협상으로 시간을 질질 끌다가 결국 무산되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방향을 선회해서 대한항공을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급과잉에다 예기치 않은 바이러스 재해까지 겹친 상황에서 특히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전히 코로나 19가 하늘길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 이후 대한항공의 재무구조가 나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은 불가피하지만, 기간산업안정기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내년 4월까지는 양사 모두 일정 비율의 고용을 유지해야만 한 상황이다. 쉽게 말해서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는 불안한 구조조정이다.

공급자 측 구조조정은 항공기뿐만 아니라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하지만,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전제조건이 단기간 인력을 유지하는 정책의 함정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구조조정이다. 항공산업 공급과잉을 자초했던 정부가 국책은행을 통해 수습하는 모순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한때 전국 해안가에 즐비했던 조선소들이 녹슨 체 흔적 없이 사라진 것처럼 항공사 역시 그 전철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 해운에 이어 항공은 모두 국가 기간 산업군에 속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더욱 세심하게 공급자 측 감독자 역할을 해야 했지만 일이 터진 뒤에야 혈세로 수습하는 형국이다.

정책과 대책은 시의성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 19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국가 기간망인 항공산업을 살리는 구조조정에 속도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부실이 깊어가는데도 관리 감독을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뒤늦게 나서지 말라는 뜻이다. 각국이 코로나 19로 하늘길을 봉쇄했을 때부터 신속한 항공산업 구조조정에 나섰을 수도 있었지만, 실기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칼을 쥐고 있는 당국이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항공산업도 이번 기회에 공급자 측 구조조정을 통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사태를 막고 경영 정상화 방안을 유도해야 한다.

두 항공사 재무제표에서 부채를 보면 대한항공 23조 원, 아시아나항공 12조 원으로 각각 부채비율은 대한항공이 1천100%, 아시아나항공은 2천300%일 만큼 부실구조를 안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회사인 저가 항공을 내세워 스스로 제 살 깎기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대로 내버려 두면 부실은 걷잡을 수 없다.

환부를 도려내는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은 예리해야 한다. 국적 항공사 역할을 해온 두 항공사의 구조조정과 함께 우후죽순으로 날고 있는 저가 항공사들도 이번 기회에 공급과잉 요인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부실 징후와 부실 이후를 보고도 버려두는 건 무책임한 방임이다. 그 결과는 혈세 투입이라는 것을 이번 항공사 구조조정에서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빗나간 정책의 뒷감당을 빚내서 수습하는 정책의 오류는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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