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없는 합병….성공할 수 있을까?

▲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나란히 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비행기(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으로 공중에 떴던 아시아나항공 정상화가 결국 대한항공의 품에 안기는 쪽으로 귀결되면서 잡음이 많다. 코로나19라는 전대 미문의 상황에서 위기에 빠진 국가 기간산업의 한 축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 대한한공 경영권 분쟁과 맞물리며 모럴해저드(도덕적 위험) 논란까지 낳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한진칼을 통한 대한항공과의 합병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주체인 제3자 연합과 일부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9월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 계약해지 통보로 소강상태에 빠졌던 아시아나 인수는 지난 13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중’을 알리는 공시를 내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고, 16일 산은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을 발표하며 공식화하기에 이른다.

양사 통합으로 세계 7위권의 초대형 항공사가 생긴다는 기대감과 국가 기간산업이 정상화의 길을 간다는 명분 속에 양사 합병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소위 제3자그룹은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연합해 조원태 회장 측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KCGI는 17일, “조원태 회장 외의 모두가 피해자입니다”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정면 비판했다.

KCGI는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이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민 혈세를 활용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본질”이라며, “산업은행 경영진은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적극 나서는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채 12조원과 자본잠식 상태의 아시아나항공을 실사 등의 절차와 충분한 논의를 무시한 채 한진그룹이 전격 인수하는 것은 6% 주주인 조 회장이 국민의 혈세를 통해 10%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결과만 낳을 뿐 다수의 다른 주주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정부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박용진, 민병덕, 민형배, 송재호, 오기형, 이용우, 이정민 의원 등은 17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절체절명의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 앞에서 여러가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항공 자체가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있는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항간에 제기되고 있는 한진칼 이사회 의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정부와의 대화 창구로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며 모럴해저드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편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 노조는 17일 ‘고용안정’을 조건부로 아시아나 인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노조 측은 “정부와 양 회사 경영진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 항공업 노동자의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국민과 노동자를 상대로 한 고용안정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고용 승계에 대한 약속을 이행할 것을 압박하는 지지문 성격이 짙다.

거대 항공사의 회생을 위해 인적 조정이 수반돼야 함에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그려지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방민진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경쟁완화에 따른 수혜는 국제선 의존도가 큰 국내 항공사의 경우 외항사와의 경쟁으로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노선 및 인력 구조조정의 속도에는 불확실성이 있고, 잔여 계약이 남아있는 리스 기재, 중복 인력 등은 대한항공에 단기적으로 비효율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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