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지역…매수문의·가격 '뚝'
인근 파주·울산 등지 '풍선효과'

정부가 부산시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대구시 수성구, 경기 김포시(통진읍·월곶면·하성면·대곶면 제외)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자 이들 지역 아파트의 매물이 쌓이고, 매수 문의도 줄어들며 거래가 관망세로 돌아섰다.

규제지역으로 묶인 지역들은 종전 최고가보다 수천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반면 파주, 울산, 창원, 경산 등의 비규제지역에는 벌써 매수 문[일간투데이 일간투데이] 의가 늘고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 매물 쌓이고 급등했던 아파트값 조정

김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교통 호재와 외지인 투자 비중 증가에 따라 아파트값이 급등하며 과열이 심화한 곳이지만,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매물이 쌓이고 가격이 조정되는 분위기다.

22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김포시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난 19일 대비 아파트 매물이 현재 3.7% 증가해 이 기간 경기도에서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매물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아파트값도 조정되고 있다.

김포시 운양동 풍경마을한강한라비발디 전용면적 106.0744㎡는 지난 19일 5억2천만원(2층)에 팔렸다. 지난달 같은 층이 5억5천만원에 팔린 것보다 3천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이전보다 매물이 쌓이고 매수 문의도 덜하다"고 전했다.

김포시 풍무동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9782㎡는 19일 7억5천만원(24층)에 매매됐다. 지난 9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8억2천만원, 20층)보다 7천만원 낮은 금액이다.

이 단지 근처 공인중개업소는 "1층은 7억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면서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뒤 매수 문의가 줄었고, 투자 수요가 인근 비규제지역인 파주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와 대구 수성구도 상황이 이와 엇비슷하다.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전용 73.92㎡는 지난 17일 13억6천만원(8층)까지 올라 매매됐으나 현재는 호가가 13억2천만원에 형성돼있다.

이 단지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삼익비치가 가격이 무작정 내려가는 입지는 아니지만, 향후 조금 더 조정받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구 수성구 파동 수성아이파크 전용 84.97㎡는 지난 19일 4억2천500만원(9층)에 팔려 지난 16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4억4천500만원, 10층)보다 2천만원 빠졌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세제 강화(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 종합부동산세 추가 과세 등), 금융규제 강화(주택담보대출비율 9억원 이하 50%·초과분 30% 적용, 주택구매 시 실거주 목적 제외한 주담대 원칙적 금지 등), 청약 규제 강화 등이 적용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세금·대출·청약에서 10가지가 넘는 초강력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며 "사실상 투기 수요가 발붙일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규제지역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부푸는 풍선효과

그러나 이번에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인근의 비규제지역에는 벌써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김포와 맞닿은 파주시는 최근 아파트값이 꾸준히 오름세지만, 이번에 규제지역 지정을 피하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동패동 책향기마을10단지동문굿모닝힐 전용 84.92㎡는 지난 19일 3억4천만원(2층)에 매매돼 지난달 20일 같은 층 매매가(3억1천300만원)보다 2천700만원 뛰었다.

이 단지를 중개하는 업소는 "현재 2층이 3억9천만원, 나머지는 모두 4억원 이상에 매물이 나와 있다"면서 "조정대상지역으로 김포가 들어가고 파주가 제외되면서 이 지역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매수 문의는 늘었다"고 소개했다.

파주시 금촌동 새꽃마을뜨란채 전용 59.99㎡도 지난 19일 2억2천500만원(11층)에 팔려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 내에서 영업하는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난에 세입자들이 매수로 돌아서고, 여기에 투자자들까지 가세한 영향"이라며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묶이고 나서 상대적으로 문의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부산의 인근 지역인 울산과 창원, 대구 수성구와 가까운 경북 경산시도 비슷한 흐름이다.

울산 남구 옥동 동덕현대(대공원현대) 전용 84.825㎡는 지난 19일 4억5천만원에 팔려 지난 5일 기록한 이전 최고가(4억원, 2층)를 단숨에 경신했다.

울산 남구 신정동 신정현대홈타운3단지 전용 84.96㎡도 지난 19일 3억9천만원(22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울산에서 영업하는 중개업소 사장은 "풍선효과는 예견됐던 일"이라며 "정부에서 지난해까지 이어진 가격 하락세를 고려해 이번에 울산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으나 다음달 쯤 규제지역으로 묶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풍선효과로 더 오를 것 같다며 매물을 거둬들인다"며 "규제지역으로 묶이기 전에 매수하겠다는 외지인 투자 문의도 많은데, 물건이 없다"고 전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면한 창원 의창구, 대구와 인접한 경산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창원 의창구 북면 창원감계 아내에코프리미엄2차 전용 59.8956㎡는 지난 19일 2억4천500만원(7층)까지 오른 역대 최고가로 팔렸다.

경북 경산 중산동 펜타힐즈 서한이다음 전용 84.8083㎡는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상 지난 16일 4억8천만원까지 가격이 올라 매매됐고, 이후 5억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며 현재 호가 5억5천만원에 매몰이 하나 밖에 없다.

이 단지 근처에서 영업하는 중개업소 대표는 "가격을 떠나서 물건이 없다"면서 "대구 수성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뒤로 더 난리 북새통"이라고 전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코로나 사태로 내수를 살리기 위한 재정지출이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정부 규제를 피해 지방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것"이라며 "지방 부동산은 원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편이고, 전세난이 겹치면서 아파트 매수 수요가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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