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서슬 퍼런 수사와 기소권을 쥐고 흔드는 최고 수장인 검찰총장도 자신의 추문이 세간에 오르내리면 주저 없이 인사권자에게 사표를 내고 물러난 예가 우리 검찰 사의 다반사였다. 그만큼 엄중한 법을 집행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자기부터 철저한 원칙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사안에도 미련 없이 검찰을 떠난 예도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김태정 검찰총장은 부인의 옷 로비 의혹이 제기되자 사표로 검찰의 품위를 지켰고, 이명박 정권 때는 전직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도중 봉화마을 부엉이바위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당시 수사를 지휘한 임채진 검찰총장은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 또 있다. 박근혜 정권도 채동욱 검찰총장의 개인 생활을 들추자 스스로 검찰을 떠났다. 이전에도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직속 상관인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부당하다고 여겨 불만의 표시로 스스로 물러난 사례가 있다. 떠난 검찰총장들은 수장답게 본인은 떠나더라도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선택이었다.

그렇지 않은 사례가 지난 24일 발생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을 찾아 직접 브리핑에 나서 "오늘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명령을 했다"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이 밝힌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명령 사유는 6가지로 (수사 대상에 있는)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총장 대면 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망 손상 등 6가지 혐의를 들었다.

추 법무부 장관의 윤 검찰총장의 징계 청구의 6가지 사유에는 윤 총장 측근과 연루된 개인 비리는 이번 발표 내용에서 빠졌고 법무부는 계속해서 관련 내용도 감찰하겠다고 밝혔고, 윤 검찰총장은 이에 불응해서 대응하겠다고 한 만큼 법무부 장관과 산하 청인 검찰 총장 간 제노사이드격인 진실게임 공방이라는 진풍경을 보게 될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이번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 집행정지 명령으로 우리는 검찰총장과 검찰이 권력에 어떻게 접근하고 또 공유하는지를 어렴풋이 알게 됐다는 점이다. 윤 검찰총장이 신임검사 앞에 일갈했던 국민의 검찰이 아니었다. 윤 총장이 말한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임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 외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라거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대단히 어렵게 하므로 절대적으로 자제되어야 하며, 방어권 보장과 구속의 절제가 인권 중심 수사의 요체이며 검찰의 강제수사라는 무기를 이용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라는 대목과 배치되는 권력형 검찰이었다. 수사 대상의 언론사 사주를 비밀리에 만나고 사법부 판사들의 개인 생활을 캐는 불법 사찰은 권력을 이용하거나 권력을 협박하는 수단으로밖에 볼 수 없다. 또한, 누구라도 지켜야 할 내부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지켜야 할 헌법이라는 거대한 테두리 안에서 각자가 속한 조직과 심지어는 최소 단위인 가정까지 지켜야 할 규범이라는 것을 마치 촘촘한 그물망처럼 제한선을 두고 그 틀 안에서 조심조심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그 제한선을 넘는 순간 어김없이 제재가 따른다. 크게는 사형에서 적게는 그간 속한 조직에서 떠나야 하는 경계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전직 대통령도 헌법과 법을 위반해서 구속되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고 그 구속을 검찰이 수사를 통해 입증했다. 우리는 그런 검찰을 바라고 있다. 자기 무리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고 타인에게는 없는 죄도 뒤집어씌우는 고무줄 검찰의 법 집행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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