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1995년부터 김치에 대한 코덱스 규격화를 제안해 2001년 7월 초 국제식품규격위원회로부터 '김치(kimchi)'라는 이름의 국제 규격식품 공인을 받았기 때문에 김치라는 표기가 들어가지 않는 식품을 김치 제조공법이라고 우기는 것은 누가 봐도 옳지 않다. 일본도 우리와 김치 종주국 자리를 놓고 격돌을 벌였지만, 일본의 절임야채인 ‘기무치’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의 ‘김치’를 국제 표준으로 인증, 한국과 일본의 김치 종주국 논쟁이 한국의 완승으로 사실상 끝났다. 지난 2000년 당시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김치의 코덱스 인증 획득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그러나 당시 코덱스 분과회의가 재료, 첨가물, 산도, 수분 함량 등 표준을 채택하면서 한국 주장을 대부분 반영, 한국을 김치 종주국으로 공인했다. 이제와서 다시 김치 논쟁은 무의미한 가십 거리다. 코덱스 인증 이후 국제 식품시장에서 한국의 김치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였다는 점에서 코덱스 인증은 그만큼 식품 분야에서 권위를 갖고 있다. 특히 코덱스는 식품의 국제교역 촉진과 소비자의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가 제정하는 국제식품규격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다른 전통식품도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국제기구이다.
중국이 굳이 코덱스를 거치지 않고 공산품 분야의 국제표준기구인 ISO로 우회한 것은 아마도 자국의 식품산업 세계시장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ISO 상임 이사국인 중국은 국내 김치 산업을 이끄는 쓰촨(四川)성 메이산(眉山)시 시장감독관리국을 앞세워 ISO 표준 제정 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보도됐다 '김치 국제 표준 제정' 안건은 지난해 6월 8일 ISO 식품제품기술위원회 과일과 채소 및 파생 제품 분과위원회를 통과해 정식 추진됐고, 1년 5개월여 만에 'ISO 24220 김치 규범과 시험방법 국제 표준'으로 인가를 받은 것이다. 이미 코덱스(CODEX)가 김치를 국제식품규격으로 인가한 것을 두고 이제와서 공산품 표준기구인 ISO로부터 파오차이로 인증받고도 김치 규범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다. 상임 이사국인 중국이 이번 ISO 김치 국제 표준 제정 시에 김치 종주국 회원국인 한국이 빠진 채로 김치와 전혀 무관한 터키, 세르비아, 인도, 이란 등 5개 ISO 회원국을 참가시켜 인증시킨 것도 석연치 않다. 그러고도 관영매체를 동원해서 "중국의 김치 산업은 이번 인가로 국제 김치 시장에서 기준이 됐다"라거나 "우리의 김치 국제 표준은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아전인수식 선전선동술에서 우리는 배워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자국 식품시장 특히 일개 시에 지나지 않은 농산물을 육성시키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파오차이 가공과 제조공법을 국제시장에 내놓았다는 점이다. 이를 이미 국제시장의 표준이 된 김치를 마치 경쟁상대인 것처럼 자국 농산물 산업 육성에 정성을 기울이는 중국의 치밀함을 우리 농산물 당국자들도 촌극으로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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