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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 검찰’이란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 최종걸 주필
  • 승인 2020.12.02 10:5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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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치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가 윤 총장이 제기한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의 일부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법원 결정이 나온 지 40분 만에 윤 총장은 대검으로 출근, 직무 복귀를 알리면서 검찰 공무원에 보낸 메일에서는 "검찰이 헌법 가치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고 평등한 형사법 집행을 통해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라고 당부했다. 사법부인 법원이 검찰의 사찰성 정보보고와 관련한 감찰결과 등으로 직무배제를 한 법무부 장관의 명령을 과하다고 본 것이다. 판사가 자신들의 성향을 사찰성 정보보고를 지휘한 검찰총장을 두둔한 듯한 판결은 귀를 의심케 한다.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문건’,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와 비슷한 내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는 사법행정 정책과 당시 정권 기조에 반하는 판사를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의혹을 받았다.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 사법 농단 수사팀의 수사로 구체적 진상이 드러났고,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문건 작성에 연루된 양 전 대법원장과 당시 수뇌부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수사팀을 총괄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이다. 그런 윤 총장을 이번에 법원이 두둔한 듯한 판결을 했다니 아이러니하다. 법무부가 지난달 26일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해 악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이 윤 총장 지시로 작성, 배포됐다'라며 윤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에서 피의자나 다름없는 검찰총장을 직무에 복귀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 측이 공개한 '주요 특수·공안 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9장 분량 문건에는 특정 판사의 기본적 정보와 유명 사건에 대한 판결, 세평 등이 쓰였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세평이다. 그 세평에는 판사의 소속 연구회와 물의 야기 법관 여부, 재판 진행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다. A 판사를 두고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재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저래라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평가, B 판사에 대해서는 '재판에서 존재감 없음, 행정처 16년도 물의 야기법관 리스트 포함' 등 등을 담고 있다. 재판 진행 등 판사 직무 수행과는 무관한 사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C 판사의 경우 '법관 임용 전 대학·일반인 취미 농구 리그에서 활약, 서울법대 재직 시부터 농구 실력으로 유명'하다는 내용도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물의 야기 문건’에서 나열한 특정 판사의 주요 판결, 평판과 다름없는 사안이다. 그 때문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1월 구속됐다. 그런 전례에도 법원이 윤 총장에게 취한 법무부 결정을 되돌리는 건 옳다고 볼 수 없다.

특히 권력기관 내부의 하극상은 눈꼴 사납다. 지난 2018년 10월 23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국군기무사 ‘계엄령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 전문을 공개한 자리에서 민병삼 기무사 대령이 장관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면박을 주는 반발을 한 대목은 모골이 송연한 장면이었다. 그 문건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계엄사령부가 국가정보원 등을 통제하고 국회·언론사를 장악하는 것을 넘어 계엄을 유지하기 위해 국회를 무력화하려는 계획이 포함된 사안이 담겨 있었다. 이를 국방부 담당 민병삼 기무사 대령이 장관이 추인한 사안이라고 대든 대목이다. 기무사 개혁을 앞두고 국방부와 기무사가 공개적으로 맞서는 초유의 상황이 데자뷔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법무부와 검찰 간 하극상이 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을 쥐려는 자와 권력을 내려놓으라는 검찰개혁 사이에 벌이지는 권력기관의 이전투구는 보기에도 낮 뜨겁다. 권력기관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과연 국민을 위해 쓰이고 있는가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되지만 권력에 취해 국민을 겨누는 짓을 서슴없이 해왔다는 점을 잊고 있는 듯하다.

이제 나서야 할 곳은 국회이다. 이 하극상을 멈추게 할 공수처 출범을 국회가 나서서 마무리 해야 한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총이나 칼처럼 국민을 겨눌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운운하는 ‘국민의 검찰’이란 말에 동의하기 어려운 것도 하극상처럼 비치는 지금의 검찰 모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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