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못찾은 수요자, 월세로 내몰려…월세 상승률 조사 이래 최고치
"민간임대사업자에 세제 혜택 제공…전·월세 공급 여건 마련해야"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고층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지난달 전국과 서울의 주택 월세가 큰 폭으로 올랐다.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촉발된 전세대란이 월세대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3일 한국감정원의 11월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월세는 0.18% 올라 전월(0.12%)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2015년 7월 감정원이 월세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서울 월세 상승률은 전달(0.11%)보다 0.07%포인트 오른 0.18%을 기록해 조사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울의 월세 상승률은 올해 5월만 해도 0.01%에 그쳤지만, 6월 0.03%, 7월 0.06%로 올랐고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8월부터 지난달까지 꾸준히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초(0.42%)·강남(0.41%)·송파구(0.35%) 등 강남 3구가 월세 상승을 주도했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는 인천이 0.25% 올라 상승 폭이 컸다.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0.97%)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방에서는 세종(1.42%)과 울산(0.76%) 등의 상승 폭이 컸다.

감정원은 "전셋값 상승의 영향으로 교통과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의 아파트나 신축 주택 위주로 월세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통계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KB부동산 리브온이 조사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달 대비 1.06%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월간 상승률로 역대 최고치다.

투·스리룸 시세도 뛰었다. 다방이 최근 발표한 '서울 원룸, 투·스리룸 임대시세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의 투·스리룸(전용 60㎡ 이하) 월세는 전달 대비 10% 가량 오르며 지난달에 이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10월 평균 월세 가격은 보증금 1000만원에 79만원으로 지난달(보증금 1000만원, 월세 72만원)보다 7만원 올랐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 현상에 전세 물건을 찾지 못한 수요자가 다세대·연립을 찾으며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다방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특히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다세대 및 연립주택으로 그 열기가 번지며 지난 10월 전월세 거래량도 전달 대비 모두 10% 이상 증가했다"며 "아파트 전세난이 다세대 및 연립주택의 전세가, 매매가 상승으로 옮겨붙으면서 월세 또한 가파르게 상승, 당분간 임차인들의 임대료 부담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의 월세수급지수는 112.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 대비 공급이 모자란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자대학교 교수)은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되고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 전세 품귀가 심화됐고 이제는 월세난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공급이 많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