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정책팀 석유선 차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실거주 약속을 어기고 거액의 아파트를 전세 놓은 사실이 밝혀져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전세대란 와중에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놨지만, 약발이 받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세대책 수장이 정작 5억원의 전세를 놓고 이자놀이를 했다는 생각에 서민들의 박탈감이 만만찮다.

정 장관은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13억원대 주상복합아파트를 지난 2007년 분양받은 뒤, 거주를 하지 않다가 전세가가 급등하던 지난해 11월 전세를 놓았다. 연리 4%의 금리로 계산하면 170만원씩 월세를 받는 꼴이니 전월셋집을 전전하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할말이 없어진다.

이를 놓고 전세대책 사령탑이 전셋값 급등에 편승해 이익을 취한 게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인사청문회때 제기된 해당 아파트 투기 의혹마저 다시금 불거졌다.

경기도 산본에 살고 있는 정 장관은 2008년 2월 인사청문회 당시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등을 처분해 도심에 들어와서 살겠다”고 답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전세 논란이 불거지자, “도심으로 들어와 살 생각으로 아파를 분양받았지만, 과천청사 출퇴근을 하려니 산본이 더 가까워 회현동 아파트를 전세 줬다”고 해명했다.

이 말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분양 당시인 2007년 장관이 될지 거기다 이렇게 오래할 지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인사청문회때 발언을 돌이켜보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국토부 청사가 과천에 있었음에도 불구 회현동으로 이사갈 것처럼 말해놓고, 이번에 전세논란이 불거지자 출퇴근이 편해 산본에 살고 전세를 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그때그때 위기만 모면하려는 장관을 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내놓는 전세대책에도 선뜻 신뢰감이 생기지 않게 된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2009년 8월23일 전월세 지원방안을 발표한 이후 이듬해 8월29일 전월세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9년 3월 이후 2월 현재까지 전세값은 2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은 작년 12월23일 “전월세 상승세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다양한 방안들이 시행되고 있고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한달도 안돼 1·13 전세대책을 발표했다.

게다가 정 장관은 1·13대책 발표시 “정말로 내놓을 것은 다 내놨다. 더이상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가, 전월세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자 또 다시 2·11대책을 내놨다.

정 장관의 아파트 투기 의혹과 전세 논란에 대처해 온 자세가 어쩌면 이렇게도 국토부의 전세대책 발표의 그것과 꼭 닮아있는 지 모르겠다.

말 따로 실제 행동 따로인 사회지도층의 처신에 국민들은 신물이 날 만큼 났다. 논란은 뒤로 하고, 이제라도 정 장관의 거짓없는 말과 행동을 기대해본다.

그것만이 서민의 집 걱정만큼은 덜겠다던 MB정부의 약속을 지키는,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의 면모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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