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좋을 때 하자” 당기고…”코로나19 피하자” 늦추고

▲ 지난 11월 12일 진행된 IPO 대어 '교촌에프앤비' 상장식 모습(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전통적인 IPO성수기인 지난 11월, 8개의 기업만이 상장되며 최근 8개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자 앞다투어 공모를 진행하거나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에 적정한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뒤로 미루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신규 상장 기업이 8개에 그쳐 평년 수준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7개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으로, 2019년에는 20개, 2018년에는 23개 기업이 상장한 바 있다.

공모금액도 가장 규모가 큰 교촌애프앤비가 713억원을 기록해, 전체 3060억원에 그쳐 역시 2012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다만 상장 종목수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기업간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총 8개 기업 중 5개 기업이 1000:1의 경쟁률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상장된 기업으로는 교촌애프앤비, 에이플러스에셋 등 2개 기업이 코스피에, 고바이오랩, 네패스아크, 소룩스, 제일전기공업, 티앤엘, 하나기술 등 6개 기업이 코스닥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처럼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11월에 저조한 IPO실적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모를 위해서는 직전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하고, 반기보고서가 8월 중순 이후에 나오기 때문에 반기보고서 제출 이후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하다보면 2달 이상의 상장심사 기간을 감안해 연말에 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의 이례적 현상에 대해 유진투자증권 박종선, 한형화 두 연구원은 공동리포트를 통해 그 이유를 지난 “3분기에 많은 기업이 상장을 추진했고, 최근 일부 대형 IPO기업의 상장을 피해 다른 시기로 조정,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상장을 미루는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전년에 IPO계획을 세웠다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아 올해로 넘긴 기업들이 적지 않아, 준비기간이 길었던 기업의 경우 결심만 서면 진행이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여건이어서 장 분위기가 좋은 3분기를 놓치지 말자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이렇게 강세장이 길어질 줄 알았다면 3분기에 몰리지 않고 예년처럼 4분기에 IPO가 많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오히려 높아진 지수에 코로나19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는 시각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WM센터장은 “올해 대어급 IPO들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막상 상장 이후 주가가 빠져 투자자들의 실망이 커진 부분도 지속적인 IPO추진에 일시 제동을 걸었을 것”이라며, “상장 당일에 바로 팔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려했던 투자자들은 큰 자금을 움직인 수고에 대해 보상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11월 상장 기업 중 상장 당시 시가 총액을 상장 이후에도 이어가는 기업들은 찾기 어렵다. 유진투자증권이 8개 기업의 공모가와 시초가, 상장 당시 시총과 지난 4일 종가 기준 시총을 비교분석한 바에 따르면, 8개 기업 중 5개기업이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100%를 기록해 소위 ‘따’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장당시 시총보다 여전히 높은 시가총액을 보인 기업은 고바이오랩(2312억->6185억), 네패스아크(2286억->3511억), 교촌애프앤비(3073억->5184억) 등 3개 기업에 그친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에 사서 첫날 시초가에 팔았다면 79.8%의 높은 수익률을 얻었겠지만, 시초가에 사서 보유중인 투자자는 수익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11월의 저조함과 코로나19의 급속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12월에는 적지 않는 IPO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첫 주에 앤에프씨, 앱코, 포인트모바일, 클리노믹스 등이 상장을 마쳤고, 명신산업, 엔젠바이오, 인바이오, 퀀타매트릭스, 티엘비 등이 기관 수요예측을 마친 상태다. 이 밖에도 10여개 기업이 추가적인 수요예측과 상정 절차를 밟고 있어 총 20개 이상의 기업이 코로나19 확산과 주가 고점 논란을 뚫고 상장에 도전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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