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설부동산팀 장진구 기자

“자금난을 겪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급물량이 다소 축소되더라도 올해 보금자리주택 21만가구 달성은 가능합니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관련된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LH의 자금난과 토지보상·지구계획 수립 및 본청약·입주일정 지연 등으로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다.

자료에 담긴 문구를 보면 보금자리 공급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신규 그린벨트 내 공급계획을 당초 목표대로 달성했다”, “일부 지구의 보상이 지연됐지만 입주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LH가 어렵더라도 지자체 물량을 늘리고 사업추진을 다각화하면 올해 공급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 등등.

여기에는 사업차질에 따른 항간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정책의 신뢰를 높이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사정이 다소 여의치 않더라도 고분양가와 전세난으로 집 없는 서러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해 보금자리 공급을 줄일수도, 늦출수도 없다는 ‘굳센 다짐’인 셈이다.

하지만 실상은 보면 정부의 '단호한 의지'는 조금 무색해 진다.

올해 보금자리주택지구 신규 지정은 LH의 자금난 탓에 중단됐다. 빚더미에 깔린 LH는 보금자리 공급 물량을 줄여달라고 아우성이다.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17곳을 보금자리지구로 지정했지만 정작 처음 지정된 시범지구의 보상도 아직 끝나지 않아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광명·시흥지구의 경우 보상비 규모가 7조원에 달해 벌써부터 사업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같은 사실들을 애써 외면해선 안된다. 목표 달성을 위해 되지도 않을 사업을 서두르기보다 이미 벌려놓은 일들부터 차근차근 수습해 나가는게 순리다.

특히 자금난에 허덕이는 LH에게 막중한 부담을 줘서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국책사업이란 이름으로 만성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방 공기업에게 이를 떠넘겨서는 더더욱 안 된다.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인한 공기업의 적자는 결국 혈세로 메워야 한다는 건 불보듯 뻔한 것 아닌가.

해법은 하나다. 당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우면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 계획을 수정하는 게 옳다. '한번 한 약속은 끝까지 지킨다'며 차질이 불가피한 사업을 강행하는 건 매우 어리석다. 또다른 부작용이나 부실, 갈등만 양산할 뿐이다.

민간 분양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보금자리 공급물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값싼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한 대기수요로 민간분양이 위축되고 전셋값만 치솟는 현실을 정부만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는 성과주의에 매몰된 채 목표 달성에만 목매달지 마시라. 지금은 실현 가능한 목표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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