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디지털화 ‘빛’, 빚투·사모펀드·지점축소 ‘그림자’

▲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지난 11월 전 직장인 대신증권 대표 당시 발생한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 책임으로 금감원 제재심에서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제공=금융투자협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전염병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을 휩쓸었다. 금융투자업계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올 한해 가장 주목 할 만한 금투업계 10대뉴스를 일간투데이가 꼽아봤다.<편집자 주>

◆해외주식 열풍

2020년은 투자자들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주식투자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한해였다.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중계서비스를 시작한지 이미 수년이 지났고 전세계 자산의 2%도 되지 않는 한국시장에의 집중을 경계하며 글로벌 분산을 외친 결실이 나타난 한해였다. 한국예탁원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기준 올해 해외주식거래 결제잔고는 총1662억 달러(한화 약 179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315억달러(한화 약 34조원)에 비하면 무려 5배가 넘게 성장한 금액이다. 특히 투자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 집중돼, 미국이 전체의 89.1%, 홍콩(6.4%), 중국(6.4%), 일본(1.6%), 유럽(0.3%)순을 기록했고, 특히 나스닥에 상장된 테슬라는 24억달러(한화 약2조6천억원)의 돈이 투자돼 해외투자 열풍을 주도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증권사들은 예외없이 2020년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사람에 의존해왔던 많은 시스템을 IT화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코로나19상황에 따른 비대면 확산은 계좌개설부터 자산관리, 투자정보전달, AI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확산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삼성증권은 디지털상담팀과 FM팀을 발족해 리서치센터와 협업, 이를 동영상으로 제공했다. 하나금융투자는 각 고객의 과거 거래사례 패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고객별 맞춤형 종목추천을 해주는 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KB증권은 핀테크기업과 손잡고 엔씨소프트의 AI기술을 접목한 디지털증권사 설립을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업계 최초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들로 구성된 빅데이터 전담 조직을 도입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온라인 금융상품권을 출시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상품권 금액만큼 금융상품을 골라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신영증권은 코스콤과 손잡고 업계 최초의 로보애널리스트 개발 중에 있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화의 가속은 증권사 지점의 축소를 불러왔다. 국내 5대 증권사 지점수는 2019년말 기준 429개였지만, 지난 3분기 말 기준 412개로 줄었고, 현재도 통폐합이 이어져 내년 초에는 400개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공모펀드 쪼그라든 운용업계, ETF 각축

펀드시장이 지속 성장해 2020년 11월말 현재 1330조원 시장으로 확대됐지만, 이는 연기금과 기관의 투자 확대에 따른 영향일 뿐 공모펀드시장은 시장 상승에 따른 환매 압박으로 지속 축소되고 있다. 운용업계는 2020년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주식처럼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ETF시장에 전력을 다했다.

2020년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양분하고 나머지 10여개 운용사들이 군웅할거하고 있다. 삼성은 KODEX라는 이름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해 11월 현재 순자산 약 17조(점유율 약 55%)로 굳건한 1위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미래에셋이 TIGER라는 이름으로 수수료 전격 인하를 선언하며 뛰어들어 순자산 11조(점유율 약24%)로 삼성을 빠르게 뒤쫓는 상황이다. 이 밖에 KB자산운용(KBSTAR), 한화자산운용(ARIRANG), 한국투자신탁운용(KINDEX) 등 13개 운용사가 나머지 20% 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눈을 해외로 돌려 역전시켰다. 현재 미래에셋은 한국 외에도 캐나다, 호주, 홍콩, 미국, 일본, 콜롬비아, 브라질, 인도 등 주요 10개국에서 전월 말 기준 47조원 가량의 ETF를 운용하며 글로벌 ETF운용 규모 16위로 뛰어올랐다. 두 회사와 차별화를 위해 한화자산운용은 ESG관련 ETF에, 한투운용은 베트남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선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시대 중심으로 떠오른 ESG투자

틈새시장으로 여겨지던 ESG투자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환경과 사회문제, 지배구조 이슈가 대두되면서 변방에서 중심으로 떠올랐다. 신한은행은 호주에서 호주달러로 발행하는 캥거루채권을 발행해 코로나19 피해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운용사 중에는 한화자산운용이 그룹의 친환경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표적으로 내년부터 시행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주목해 이에 따른 각 기업들의 득실과 향후 변화 방향에 기초한 투자 아이디어에 집중했다. 2019년에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서한을 보내며 활발한 ESG투자를 진행한 KB자산운용은 KB ESG성장리더스펀드 반년 수익률이 50%를 넘기기도 했다. 그 밖에 한국투자글로벌착한기업ESG펀드 등 ETF 여러 개에 분산투자하는 EMP펀드도 투자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투자열풍이 드리운 그림자들, ‘빚투’와 ‘사모펀드사태’

주가가 치솟자 빚을 내 투자에 뛰어드는 소위 ‘빚투’가 성행했다.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신용융자잔고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며 12월 14일 기준 신용융자잔고가 19조42억원을 기록 20조를 향해 가고 있다. 12월 1일 처음으로 18조를 돌파한 이후 반달만에 또다시 1조가 늘어난 규모다. 2019년 말 기준 9.21조에 불과했던 개인신용잔고가 1년도 되지 않아 2배 이상 늘어난 결과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 속에 상대적으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 2030 중심의 젊은 층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밖에 라임자산운용사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등 사모펀드 사태가 불거지며 법적 공방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문제 해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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