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6차 회의에서 두 명의 후보자가 추천돼 대통령의 재가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공수처가 출범하게 된다. 국회와 시민단체 등이 지난 1996년 처음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법을 요구한 지 24년 만에 공수처란 새 이름으로 탄생한 것이다. 새로운 기구를 제도적으로 안착시킨다는 게 이렇게 긴 세월이 걸린다는 것을 공수처가 보여줬다. 법 앞에 누구도 특권과 반칙을 없애자는 게 공수처이다. 특히 고위공직자와 가족들에게 엄정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게 공수처이다. 우리나라는 어찌 보면 역사 이후 뿌리 깊은 특권 계급이 존재해왔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그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들만의 특권을 누리면서 반칙을 서슴없이 자행해왔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본인과 관련된 소송 사안을 대기업을 동원해 소송비를 대납하게 하고, 섭정이나 다름없는 여인에 휘둘려 수백억 원대의 말을 사게 강요하는 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리는 특권이었다. 이 직전 전직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 시절 이야기이다. 거기에 단골로 동원된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은 그 강요당한 죄, 소위 뇌물죄 등으로 법의 심판대에 서 있다. 이게 말이 되는 세상인가.

그런 특권과 반칙을 없애자고 공수처를 출범시킨 것이다. 권력기관으로 특권을 누리는 사람이 그 특권을 악용해서 반칙을 못 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2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두 번 반이나 지나서야 출범을 한다. 특권은 국민이 자기 권한을 공정하게 써달라고 위임한 것이지 고위공직자가 누려야 할 자기 권한이 아니다. 특히 가족과 주변 인물은 더더욱 그 특권에서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공화국 중 주권(主權)이 국민 전체에 있는 국가를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민주공화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하여 국정을 운영하며, 국가의 원수가 그 명칭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의 직접 또는 간접 선거 때문에 선출하고 일정한 임기에 의해 교체되는 국가를 말한다. 우리 헌법도 이를 명문화하고 있다. 헌법 제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어디를 봐도 국민으로부터 시작된다. 국민이 누려야 할 권한을 공정하게 집행해달라고 위임한 것을 엿장수 엿 자르듯 행사했다면 당연히 그 특권은 회수돼야 마땅하다. 국민과 언론이 증거를 들이대야 마지 못해 범죄자들을 구속하는 그런 권력기관이 검찰이고 법원이었다. 이제 그들도 법 앞에 누구도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체감할 것이다. 공수처는 그들 고위공직자의 범죄 여부를 전담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국회 여야에서 그토록 논쟁과 논란을 벌인 이유를 모르겠다. 특권을 누리고 있는 자들이 그 특권을 버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여전히 후보 추천이 된 상황에서도 야당은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후보 추천이 왜 원천무효인지 묻고 싶다. 그것도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전직 검사와 판사 출신 변호사이다. 대학가 교수들이 올해 한국 사회의 자화상으로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고 뽑은 아시타비(我是他非)이다. 공수처는 정권이 권력에 취해 휘두르는 특권을 제어하자고 한 국가 기구이다. 공수처 출범만으로 권력기관이 저지를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권력기관 간 내부 알력과 다툼 과정에서 여전한 특권이 존재했음을 실감했다. 이중잣대를 봤다. 잣대는 균형이 기본이다. 균형이 맞지 않은 잣대는 잣대가 아니다. 검찰과 법원이 저지른 이중잣대를 바로잡을 수 있는 또 다른 권력기관이 공수처이다. 검찰도 법원도 공수처도 결국 사람이 운용하는 조직인만큼 그 사람이 얼마나 공정한 직무를 수행하는가에 따라 고무줄일 수 있다. 그걸 막자고 출범하는 공수처인 만큼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에게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요구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으로 착각하지 말도록 하자는 게 공수처이다. 고위공직자 누구도 법 앞에서는 다 같은 국민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한 공수처인 만큼 바로 출범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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