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관, 올해 4~6% 성장 전망…중국·아시아 신흥시장 주도
폭증 유동성, '에브리싱 랠리' VS '버블'론…백신 접종도 변수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새해 세계 경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악몽을 떨쳐내고 글로벌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일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규모로 풀린 유동성이 경제위기 극복의 실탄으로 작용할지, 자산 버블(거품)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거시 지표상으로 올해 세계 경제가 대유행 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1일 주요 기관들의 새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4.2%, 국제통화기금(IMF)이 5.2%를 예상하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 월스트리트는 조금 더 낙관적이다. 모건스탠리는 6.4% 성장과 함께 'V'자형 회복을 내다봤고 골드만삭스(6%)와 JP모건체이스(5.8%)도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5.4%)와 씨티그룹(5%)의 예상치는 IMF와 비슷했다.
올해 성장을 견인하는 중심축은 전염병 대응에 우위를 보인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소 8%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찍고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국·대만 등 아시아 신흥국들에도 자본이 계속 유입돼 동아시아가 글로벌 성장의 원천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미국도 3.1∼3.8% 범위에서 성장해 2019년 수준을 회복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5%대 초반 성장률이 예상된다. 다만 일본은 1∼2%대의 낮은 성장률로 회복이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
넘쳐나는 유동성은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된 동시에 지구촌 곳곳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가격상승을 부추겼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3대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기록을 나란히 갈아치우고 주택시장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달아오르면서 실물 경기와의 괴리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2021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가 추가 재정 부양은 물론 '그린뉴딜'을 통해 재정 지출을 계속 확대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등 돈 풀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돈이 계속 풀리는데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금만 빼고 모든 자산가격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랙록을 비롯한 대형 금융사들도 대부분 올해 주식 비중을 늘리라며 위험자산 투자를 권고하고 나섰다.
다만 지난해처럼 큰 폭의 오름세는 기대하기 어렵다. 골드만삭스만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현재보다 17% 오르는 4300선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을 뿐 나머지 월가 은행들의 S&P 500 지수 전망치는 3900으로 상승률은 6% 정도다.
일각에서는 거품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 창업자이자 유명 투자가인 제러미 그랜섬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현 시장이 버블 말기의 시장 과열 단계"라며 "1999년 후반(닷컴버블) 또는 1929년(대공황)과 같은 광란이 지금 넘쳐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와 기업,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은 만큼 만약 코로나19 백신에 문제가 생기거나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등의 돌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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