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관, 올해 4~6% 성장 전망…중국·아시아 신흥시장 주도
폭증 유동성, '에브리싱 랠리' VS '버블'론…백신 접종도 변수

▲ 올해 세계 경제는 본격적 경기 회복과 함께 글로벌 유동성 증대로 인해 자산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예상된다. 지난해 증시 폐장일인 지난달 30일 코스피 지수가 전장보다 0.15포인트(0.01%) 내린 2820.36으로 출발한 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새해 세계 경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악몽을 떨쳐내고 글로벌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일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다만 모든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이전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내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하거나 병행할 계획이고 코로나19의 타격이 심했던 업종과 계층으로선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장이 불가피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규모로 풀린 유동성이 경제위기 극복의 실탄으로 작용할지, 자산 버블(거품)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거시 지표상으로 올해 세계 경제가 대유행 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1일 주요 기관들의 새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4.2%, 국제통화기금(IMF)이 5.2%를 예상하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 월스트리트는 조금 더 낙관적이다. 모건스탠리는 6.4% 성장과 함께 'V'자형 회복을 내다봤고 골드만삭스(6%)와 JP모건체이스(5.8%)도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5.4%)와 씨티그룹(5%)의 예상치는 IMF와 비슷했다.

올해 성장을 견인하는 중심축은 전염병 대응에 우위를 보인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소 8%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찍고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국·대만 등 아시아 신흥국들에도 자본이 계속 유입돼 동아시아가 글로벌 성장의 원천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미국도 3.1∼3.8% 범위에서 성장해 2019년 수준을 회복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5%대 초반 성장률이 예상된다. 다만 일본은 1∼2%대의 낮은 성장률로 회복이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

전 세계에서 170만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의 상흔에도 경제가 이토록 빨리 회복세로 접어든 것은 신속하게 돈을 풀어 조기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미국에서 광의통화(M2)는 3조1000억 달러(20%) 급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2015년까지 M2 통화량이 4조4000억 달러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위기 후 7년에 걸쳐 풀린 유동성의 70%가 이번에는 1년도 안 돼 시장에 쏟아져 들어온 셈이다.

넘쳐나는 유동성은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된 동시에 지구촌 곳곳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가격상승을 부추겼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3대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기록을 나란히 갈아치우고 주택시장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달아오르면서 실물 경기와의 괴리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2021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가 추가 재정 부양은 물론 '그린뉴딜'을 통해 재정 지출을 계속 확대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등 돈 풀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돈이 계속 풀리는데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금만 빼고 모든 자산가격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랙록을 비롯한 대형 금융사들도 대부분 올해 주식 비중을 늘리라며 위험자산 투자를 권고하고 나섰다.

다만 지난해처럼 큰 폭의 오름세는 기대하기 어렵다. 골드만삭스만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현재보다 17% 오르는 4300선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을 뿐 나머지 월가 은행들의 S&P 500 지수 전망치는 3900으로 상승률은 6% 정도다.

일각에서는 거품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 창업자이자 유명 투자가인 제러미 그랜섬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현 시장이 버블 말기의 시장 과열 단계"라며 "1999년 후반(닷컴버블) 또는 1929년(대공황)과 같은 광란이 지금 넘쳐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와 기업,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은 만큼 만약 코로나19 백신에 문제가 생기거나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등의 돌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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