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연합뉴스와 신년 단독 인터뷰 때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라고 밝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무거운 화두를 던졌다.

두 전직 대통령은 다름 아닌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뇌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으로 징역 17년형 · 벌금 130억 원 · 추징금 57억 8천여 만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대법원에서 뇌물 혐의 징역 15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징역 5년 등을 최종 선고 받게 된다. 두 전직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론분열과 갈등의 상징과도 같은 보수의 깊고 깊은 중심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들을 집권 여당 대표가 특별사면을 통해 통합과 소통 정치를 주문한 것은 정치 지도자를 자처하는 누군가는 목소리를 냈어야 했던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마음만 먹으면 어떤 입법도 가능한 집권 여당 대표가 꺼냈다는 점에서 국민통합의 첫 발걸음이기를 바란다.

우리 현대 정치사는 희한하게 피해자가 용서하는 보기 드문 전례가 있다. 지난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인 김대중과의 회동 때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합의 후 사면했다. 지난 1980년 12·12 군사 쿠데타에 가담했던 그 수하들도 함께 사면했다. 전두환과 노태우 등이 주도한 12·12 군사 쿠데타가 내란죄가 성립되어 전두환은 무기징역, 노태우는 징역 17년이 확정돼 복역 중 특별사면 된 예이다. 특별사면을 단행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 두 전직 대통령은 그들 쿠데타 세력들에 의해 정치생명이 단절됐던 정치가들이고,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쿠데타 세력들에 의해 사형에 처할뻔한 아슬아슬한 당사자였다. 그런데도 특별사면에 합의했다. 우리 정치사에 실재하고 있는 예이다.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했던 8년은 갈등과 대립의 상징과도 같았다. 이를 보다 못한 국민이 촛불을 들고 일어나 문재인 정부를 세웠고, 또 지난해에는 반칙 없는 세상 공정한 세상을 열어가는 개혁 입법을 하라고 집권 여당 쪽에 과반이 넘는 의석을 몰아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직 두 대통령은 잡범에 가까운 뇌물과 국정농단 등으로 쿠데타 세력과 비슷한 형량과 무거운 벌금을 선고받았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도 이들 두 전직 대통령의 피해자일 수 있다. 정치적 동지인 노무현 대통령 시절 민정수석을 했고 이명박 대통령 때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로 세상을 버렸고, 박근혜 대통령과는 대선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과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을 통해 공정사회로 가자는 대의를 어찌 보면 새로운 정부를 일으켜 세웠고, 지난해 매듭지었기 때문에 여한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더는 후퇴할 수 없는 개혁 입법을 집권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절대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갈기갈기 분열된 우리 사회 통합에 누군가는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때 집권당 대표가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정치가 다운 면모라고 본다. 화해와 갈등 치유에 나서는 대통령의 결단을 위해 기꺼이 찬반 여론의 부담을 무릅쓰고 나섰다는 점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이들에게 마냥 지적하는 모습은 소인배들이나 하는 정치행태이다. 국민과 대통령이 갈등을 치유하고 다 같은 국민이다는 정치적 합의만 한다면 특별사면은 못 할 이유도 없다. 이미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헌법 제79조 1항에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낙연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특별사면이라는 화두를 꺼냈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의 절차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피해 당사자지만 국민 화합과 통합의 지도자로 집권 5년 차를 맞이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갈등의 역사를 쌓은 역대 대통령도 있었지만 이를 해소하려는 정치 지도자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역사는 화해와 협력의 손을 내민 지도자가 집권했을 때 국민이 편안한 태평성대였다는 것을 기록해왔다. 피해자가 화해의 손을 내미는 특이한 사례가 우리 대한민국에서 정착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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