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만난 한 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당시 장관들이 골프모임 등을 초대했지만 그 흔한 식사 한번 골프비 한번 안 냈다고 했다. 검찰이 밝힌 그리고 법원이 추징한 뇌물죄와 그 재산을 보면 푼돈에 지나지 않는 그런 비용이지만 아무튼 안 냈다고 한다. 그만큼 인색했다는 징표이다. 자기 치부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으면서도 남들에게는 인색한 것이다. 우린 그가 대한민국 산업의 주역이라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을 부자 되게 만들 것이라는 착각으로 대통령으로 뽑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어려서부터 제왕 술을 읽혀 지도자로 손색없는 줄 알았지만, 그 뒤에는 몸빼 바지 입고 이래라저래라하는 최순실이라는 여인의 치마폭에 휘둘릴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도 이들의 사과 얘기를 꺼낸 바로 그 당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6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유죄 판결에 대한 대국민 사과 문제를 두고 "해야 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라고 밝히자 그 당 내부와 지지자들은 벌컥 하고 들고 일어났다. 이명박과 박근혜 9년은 지금 감옥이라는 타임캡슐 속에 묻힌 셈이다. 그러고도 그 흔한 사과 한마디 하자는데 벌떼처럼 들고일어나서야 하는지 묻고 싶다.
이 같은 시차를 두고 새해 벽두 이낙연 집권 여당 대표에게 국민통합과 대한민국 전진을 위해 전직 두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 들자 이번에는 당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혼란을 빚고 있는 듯하다. 저쪽에서 사과도 안 했는데 왜 뜬금없이 사면을 건의 하자냐는 것이다. 사과하든 안 하든 사람의 인성은 변하기가 어렵다. 그 때문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보다 못해 사과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면을 한다 해서 두 전직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의 통치행위에 대해 사과할 인물들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염치와 지각이 있었다면 수백 번 했을 거고 촛불이 대낮처럼 밝았을 때 하야로 사과를 해야 했다. 보다 못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사과 카드를 꺼냈으니 마땅히 여당도 이에 답을 할 차례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답을 한 것이라고 본다.
제일 야당 대표와 집권 여당 대표 간 주고받은 사과와 사면론으로 새해 벽두부터 때아닌 정치 계절이 돌아온 점은 다행스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입법을 앞두고 마치 대한민국이 검찰 공화국인 것처럼 피로도가 높아가는 시점에 전·현직 대통령이 행사해야 할 사과와 사면론으로 정치를 다시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묻고 싶다. 잘하라고 지난해 총선에서 몰표에 가까운 표를 줬지만, 현재 대통령 지지도나 대선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자당 후보는 윤석열 현 검찰총장에게도 밀리고 있다. 국민이 뭔가 답답하다는 소리이다. 정작 밀어붙이라는 개혁 입법은 질질 끌면서 사면론을 꺼내 들자 당 대표에게 따지는 모습은 이대로가 좋다는 소리인가. 정치인의 모든 말은 정치적 수사라고 본다. 당 대표는 당이 처한 국민의 눈높이를 한 단계 끌어올려서 당을 이끌 마땅한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낙연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전직 두 대통령 사면론과 두 전직 대통령 사과라는 정치적 수사는 양당을 위해서 내린 결단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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