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정치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하면서 연초 정국이 뜨겁다. 평소 진영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서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며 신중론을 견지해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대표에게 익숙지 않은 '파격'이다.

평소 연설문구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꼼꼼함으로 정평난 이 대표의 성정(性情)상 연말연초 들뜬 분위기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4일 설훈 민주당 의원이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당내에서는 반대가 많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그걸 모를 대표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이 죽어 나가고 있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국민의 뜻을 하나로 뭉쳐야 된다. 지금 상황에서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충정이 있었다고 본다"고 한 발언이 이 대표의 심중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른 시각에서는 이 대표가 요즘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과 처지를 살핀다. 지난해 중반까지 이 대표는 부동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중점 국정개혁과제로 꼽는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이른바 '공정경제 3법' 등 개혁입법 추진 과정에서 여당 중심의 강공 일변도로 나가면서 그 앞자리에 선 이 대표가 입은 타격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난 연말정국을 뜨겁게 달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국면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그 입지가 더 좁아졌다. 그 결과 여러 언론매체의 신년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내이지만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윤 총장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두 전직 대통령 사면카드는 이 대표 개인으로서는 정체상태인 대선주자 지지율 반전의 계기가 되고 당으로서는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정파간 셈범을 복잡하게 할 수 있는 다목적 포석이었으리라.

하지만 우선 당내에서부터 반대 여론이 거세다. 당사자인 두 전직 대통령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진정한 용서를 구하는 자세도 아니기에 국민 여론도 긍정적이지 않다.

이 대표가 그동안 여당에서 금기시되다시피 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공론화함으로써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한 점은 평가받을 요소이다. 그러나 선거 승리를 위한 정파간 야합이 아닌 진정 국민 통합을 원한다면 먼저 코로나19로 시름겨워하는 민생을 보듬어야 할 것이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고역인 상황에서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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