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5대은행 가계대출 10%·신용대출 22%·전세대출 31% ↑
부동산담보대출 규제 따른 '풍선효과' 전세대출 증가

▲ 5대 은행 가계대출 추이. 자료=각 은행자료 취합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해 말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고강도 억제전략으로 하반기 무서운 속도로 폭증하던 신용대출 규모가 11개월만에 줄었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값 안정화를 위한 잇단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전셋값 상승 등으로 전세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대출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70조1539억원으로 집계됐다.

11월 말(666조9716억원)보다 3조1823억원 늘었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월간 증가액이 8조∼9조원대에 이를 만큼 '역대급'이었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 12월 가계 대출 증가폭(3조1823억원)은 바로 전달 11월(9조4195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가계대출 급증세가 다소 진정된데는 규제에 따른 신용대출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12월 말 신용대출은 133조6482억원으로 한달 새 443억원 줄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전달보다 감소한 것은 지난해 1월(-2247억원)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신용대출 증가 폭이 사상 최대(4조8495억원)를 기록한 뒤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은행들이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대출 한도·우대 금리 축소뿐 아니라 '연말까지 한시적 신용대출 중단'까지 실행하며 극단적으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에 비해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는 거의 꺾이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전세자금 대출 포함)은 473조7849억원으로 11월보다 3조3611억원 늘었다.

8∼11월(8월 4조1606억·9월 4조4419억·10월 4조8629억·11월 4조1354억원)의 4조원대 증가액보다는 적지만 6월(8461억원)이나 7월(1조3672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3∼4배 수준이다.

특히 최근 전셋값 상승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만 따로 보면 12월 잔액(105조988억원)이 11월(103조3392억원)보다 1조7596억원 늘어 증가 폭이 11월(1조6564억원)보다 오히려 커졌다.

지난해 전체를 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19년 12월 말 610조7562억원에서 2020년 12월 말 670조1539억원으로 9.73%(59조3977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1년 사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8.32%(437조3780억→473조7849억원), 신용대출이 21.6%(109조9108억→133조6482억원) 불었다. 전세자금대출 증가율은 30.63%(80조4532억→105조988억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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