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 퇴임을 앞두고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 기업들에게 가혹하리만치 압박을 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행정명령에 앞서 미 국방부는 중국 3개 국영 통신회사를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 명단에 올린 바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3개 중국 통신사들을 퇴출하는가 하면 중국 기업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8개와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5일(현지시각) 서명했다. 제재 대상은 알리페이, QQ월릿, 텐센트QQ, 위챗페이, 캠스캐너, 쉐어잇, 브이메이트, WPS 오피스 등 일상에 널리 쓰이는 앱이다. 그러면서 이번 제재를 45일 이내에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반도체 통신장비에 이어 통신사와 모바일 앱까지 제재를 가하는 형국이다. 제국의 뒤끝이 이런 거구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한편에서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는 중국에 연간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과 함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인 모델 와이(Model Y)를 30% 할인한다고 밝히자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들이 멘붕에 빠졌다. 신형 전기자동차를 출시와 함께 30% 할인 판매한다고 하자 이를 먼저 사려는 중국 고객들로 인해 테슬라 중국법인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첨단 기업 유치를 통해 미래 산업생태계를 갖추겠다는 전략이고 이를 통해 중국 기업들에 메기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옥죄는 미국과 판을 키우는 중국의 극명한 대조이다. 중국은 블랙홀처럼 세계 기술을 빨아들이고 있지만, 미국은 지극히 방어적으로 쫓기는 형국이다. 3000여년의 중국의 노하우와 겨우 몇백 년 미국의 초라함이 묻어나는 모습이다. 좀 더 압축하자면 미국은 겨우 100여년 제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사이 중국은 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 용트림을 하고 있다. 역대 제국을 건설한 국가들이 표방했던 관용과 포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4년은 미국의 가치와 존재에 대한 저게 미국이었어라는 비아냥의 시절이었다. 대국답지 못한 처신에 세계는 진절머리를 쳤다. 그는 끝까지 대선에 불복하면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이 투표 결과를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에서 미국식 민주주의도 별거 아니구나 하는 실망을 안겨줬고 각국이 자기 식대로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상기시켰다.

자유무역이라는 시대적 원칙을 짓밟는 미국의 횡포에 국제질서는 갈지자처럼 비틀거렸고 동맹은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지도자 한 사람 잘못 선택한 미국에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저런 유형의 지도자를 뽑지 말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주는 것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뒤끝은 충분했다. 포용과 관용보다는 세계의 경찰임을 자임하며 툭하면 제재와 힘을 동원했다. 그런 미국에 전 세계는 숨을 죽여야 했지만, 이제는 그런 미국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마찰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빗장을 열고 세계의 공장 역할을 자임한 중국은 개혁 개방과 함께 단시간에 기술 강국으로 도약했다. 그 기술과 자본으로 세계적 기업들을 야금야금 삼키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 자동차 명가인 볼보, 벤츠도 중국이 주인이다. 경유와 휘발유 자동차를 건너뛴 전기자동차도 세계시장을 공략 중이다. 초간편 결제시스템을 도입해 종이돈을 넘어섰다. 거지들도 큐알코드(QR), 페이라는 간편결제로 동냥할 만큼 시대를 선도 중이다. 늙은 제국 미국이 뒤늦게 턱 밑까지 치고 오는 중국에 갖가지 명분을 내세워 압박하고 있지만, 왠지 떼쓰는 것처럼 보인다. 대담하지 못한 제국의 황혼길을 보는 듯하다. 부활하는 중국과 쇠락의 끝자락에서 몸부림치는 미국의 횡포가 신년 벽두부터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그렇다. 자본시장의 꽃이라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을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 상장을 폐지시키고, 일상생활에 필수도구가 된 모바일 앱까지 중지시키는 옹졸함이 또 무슨 일을 벌일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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